2008년 7월 4일 금요일

세계일보에 실린 Mark Juhn's blog

[인물 블로고스피어]車와 山 잔잔한 감동 전하는 CEO출신, '자동차 박사'전명헌
  • 1998년 어느 날. LA공항으로 향하는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 뒷자석에 고(故)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이 당일치기 출장을 마치고 피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회장님, 참으로 어렵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이 문을 닫아야할지 모릅니다. 미국에서 퇴각한 르노 자동차는 10년째 되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한때 미국에서 연간 24만대까지 팔렸던 현대차의 판매고가 크게 줄어들던 때였다. 현대차 미국현지법인 총괄 사장의 떨리는 듯한 설명에, 정 회장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값을 깎아줘도 소용이 없습니다. 품질이 좋아져도 고객은 모릅니다. 품질이 좋아졌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미국현지 법인장은 그 동안 생각해온 아이디어에 대해 설명했고, 정 회장은 설명을 다 들은 뒤에야 한마디를 했다. “한번 해보지.”

    그것으로 끝이었다. 정 회장이 결심하면서 현대자동차는 그해 가을에 가진 딜러미팅에서 새 마케팅 전략과 ‘10년 10만마일 워런티’를 포함한 딜러 지원계획을 내놓았다. 미국현지 딜러 대표들은 이 전략에 환호했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현대차 판매량은 급증했다.


    정 회장을 차 속에서 설득한 미국현지 법인장은 바로 전명헌씨였다.

    전 전 사장은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장을 거친 뒤 기아차 해외영업부본부장, 현대종합상사 대표를 역임한 대표적인 경제인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2월부터 6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블로거로 돌아왔다.

    블로그 이름은 현대차를 팔기 위해 세계를 뛰며 쓰던 영문이름 ‘마크 전 Mark Juhn(www.markjuhn.com). 그를 지난 11일 세계일보 편집국에서 만났다.

    -왜 ‘마크 전’인가?

    “1978년 현대차 네덜란드 주재원으로 근무했는데, 현지 사람들이 제대로 발음을 하지 못하더라. 내 이름을 마이흉, 마이윤 등으로 불렀다. 물론 현대도 ‘하윤다이’ 으로 발음했다. 그래서 그쪽 사람들이 쉽게 부를 수 있도록 ‘마크 전’이라고 했다. 해외에서 나는 전명헌이 아니라 마크 전으로 통한다.”

    -언제, 어떻게 블로그를 하게 됐는지.

    “2007년 2월 처음 했다. 물론 몇 년 전에 블로그라는 이름을 들었다. 현대종합상사 사장일 때 회사 블로그를 만들자고 했는데, 홍보팀장이 현대종합상사는 일반 소매회사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르고 안티 세력이 있다면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고 했다. 회사 블로그 대신 내 개인 블로그를 만들까 생각했다. 결국 지난해 퇴임 후 회고록이라도 써야겠다고 생각,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 내용은 자동차가 주종인 것 같다.

    “처음에는 회고록을 비공개로 썼지만, ‘내 특성을 어떻게 살리느냐’를 생각하다가 직장 생활의 99%가 자동차회사고, 100% 해외영업이었기에 자동차 블로그를 만들었다. 외국잡지와 신문을 많이 보기에 우리가 잘 모르는 정보를 바로 올리기도 하고 요약하기도 한다. 기아차, 현대차 사람들이 많이 들어온다.”

    ◇전명헌씨의 자동차 전문 블로그 ‘마크 전 블로그’의 한 페이지.

    그의 블로그에는 자동차 시장과 산업동향과 관련한 국내 뉴스는 물론 해외 각국의 뉴스와 소식도 많다. 태그(Tag) 리스트 10개 중 절반 이상이 ‘현대자동차’, ‘청도현대조선’, ‘기아자동차’일 정도다. 해외의 산 사진도 인기다. 일본의 오쿠호다카다케산(2007년 9월)과 하코다산(八角田山, 2008년 4월), 말레이시아의 키나발루산(2007년 11월), 네팔의 푼힐(2008년 2월) 등 등정한 3000미터 이상의 고봉 사진을 올려놨기 때문이다. 오는 7월엔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산 등산을 준비할 정도로 그는 등산마니아다.

    -블로그는 대체로 젊은이들이 하는데, 두려움 같은 것은 없었는가.

    “그런 것 없다. 다만 나이가 있어 시각적으로 예쁘게 하고 싶지만 잘 안된다. 난 카페와 블로그, 홈피, 싸이월드의 차이점도 잘 모른다. 일단 블로그하고 있는데 하다보니 욕심이 생기더라. 더 잘해서 더 많은 사람 방문하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에 들어오는 사람은 20∼30명에 그쳤지만 최근엔 하루 300명 정도 들어온다.”

    1942년 충남 서천에서 공무원과 주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두 자녀는 모두 결혼했고, 5살짜리 손자가 있다. 나이 많은 사람도 블로그를 한다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나이임에는 분명하다.

    -자동차와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한양대 산업공업과를 졸업하고 신진자동차에 입사했다. 신진은 당시 가장 큰 자동차 회사였고, 도요타의 코로나를 조립했다. 반면 현대는 포드의 코티나를 조립했다. 시장 점유율은 신진이 70%, 현대가 30∼40% 정도였다. 1972년 신진과 GM이 합자하면서 소속이 지엠 코리아로 바뀌었다. 해외파트 구매담당을 했다.”

    그는 1977년 현대자동차로 옮긴 뒤 해외마케팅을 본격적으로 담당했다. 초기에는 남미, 중동,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했다고 한다.

    -해외 마케팅이 쉽지 않을텐데.

    “1976년에 현대가 포니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품질, 상품, 마케팅, 정비 등 해외마케팅에 대해 거의 몰랐다. 해외망도 없었지만 일단 해외에 나갔다. 해외대리점 사장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경험도 풍부했다. 처음 대리점 사장들하고 상담하면서 많이 배웠다. 그들의 불평 불만을 들으면서 배운 것이다. 반면 5대양 6대주 돌아다니며 판매·서비스망이 잘 갖춰진 도요타를 보면서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잘 해야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수없이 많은 대리점을 다니며 그들이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하면서 시스템을 만들었다.”

    -1998년 미국현지 법인장 때 ‘10년 10만 마일 워런티’ 마케팅을 실시, 주목을 끌었다는데.

    “현대차는 86년부터 미국에서 팔려 86, 87, 88년 승승장구했다. 엑셀 하나를 연간 24만대까지 팔았다. 하지만 품질과 AS가 뒤떨지면서 89년부터 판매량이 급감했다. 나는 다시 1997년 미국법인장으로 나갔고, 1998년 고 정 회장에 직보해 10년 10만킬로 워런티를 승낙받았다. 5개월 만에 판매고가 올라갔다. 워런티 비용이 늘었지만 품질개선으로 비용은 줄었다. 차의 내구성, 성능도 크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후 기아차 해외영업본부장을 거쳐 2004년부터 3년간 현대종합상사 대표를 역임, 회사의 경영을 1년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리며 경영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해외마케팅을 위해 언어도 중요한데.

    “사람마다 잘하는 게 있는데, 난 언어에 소질이 있는 것 같더라. 남들보다 빨리 배운다. 노하우는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다. 브라질 가서 포르투갈어를 배우려 했다. 현지에 가면 무조건 현지 말을 배우려 한다.”

    그는 영어 이외에도 스페인어, 네덜란드어 등 여러 외국어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블로그 포스팅도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이뤄진다. 블로그를 찾는 사람도 미국인, 네덜란드인 등 다양하다.

    -연장자로서 생각하기에 바뀌어야 할 블로그 문화가 있다면.

    “아직 그런 경지에는 못이른 것 같다. 다만 트랙백 형식으로 스팸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 한번은 자고 일어나서 들어가보니 이상한 글자가 담긴 트랙백 700개가 들어왔더라. 무려 2번이나 당했다.”

    -블로그에 만족하나.

    ”나는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좋은 정보 있으면 빨리 올린다. ‘정보가 1주일 정도 빠르다’는 말을 듣는다. 전에는 편지나 답장을 줘야 소식을 전할 수 있었지만, 블로그를 하면 아무 때나 들어와 내가 뭘 생각하고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20∼30년 전 헤어진 사람들이 들어와 반갑게 인사하기도 한다. 브라질, 캐나다에서 ‘옛날 직원 아무갭니다’라고 한다. 커뮤니케이션에 최고다.”

    기획취재팀=김용출·김태훈·김보은·백소용 기자

    kimgija@segye.com



    전명헌이 제시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기 위한 팁

    ▲중점분야, 전문테마를 설정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중단없는 변화의 추구

    ▲방문자의 댓글에 성의 있는 답변

    ▲신뢰성 있는 내용

댓글 18개:

  1. 잘 읽었습니다.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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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wangyoung - 2008/07/02 11:28
    숨어있는 코멘트 꺼내 놓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만나 식사 한번 합시다.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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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우리 같이 새파란것들도(이제 우리도 60을 바라 봅니다만 선배님에비해서 그렇다는 애기죠) 감히 엄두를 못내는데, 참 대단하십니다.

    불로초가 따로 필요없겠습니다. 선배님의 열정이 곧 그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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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willy - 2008/07/02 17:44
    Danke wel. Willy. Hoe hat het? Alles g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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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요즘 "소통(Communication)"이란 단어가 많이 대두되고 있는데

    역시 시대를 관철하며 정진하시는 모습에 많은 감명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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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David Kim - 2008/07/02 22:32
    너무 거창한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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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래글은 오늘 받은 이메일입니다.

    ---------------------------------------------------------

    보낸 사람: 달옥 정(dochung2@.......kr)

    보낸 날짜: 2008년 7월 4일 금요일 오후 8:05:14

    받는 사람: 전명헌



    세계일보 잘 보았읍니다.

    엣날 생각이 너무나 나는군요. 나는 반대했으니까.

    그런데 98년이 아니고 97년이지 않았나요?

    아마 그때부터 뜸을 드리다가 98년 정리해고후에 한국에서 최종결정된 것 아닌가.

    여하튼 성공 작품이지요.

    자... 축배의 노래의 노래를 부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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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인터넷에서 신문을 뒤지지 않게 해주어 감사 감사

    앞으로도 더욱알찬 내용 기대함다

    히말라야트렉킹도 같이하고픈 마음간절한데 무릎이 말을듣지않아

    마음만 앞서가네요. 체력은 꼭대기까지도 갈수있을것같은데...

    돌아가면 연락을할게요 이대목에서 한잔?

    바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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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docshin(신도철) - 2008/07/07 00:26
    언능 오시요. 소주한잔 커~!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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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세게일보 기사 잘~~읽어봤습니다.

    대단하단 말밖에 할말이 없네요.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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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권태도 - 2008/07/12 20:00
    반갑습니다. 요즘도 산에 자주 가시지요? 저는 이달말에 킬리만자로에 갈 계획입니다. 다녀와서 산에 같이 한번 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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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잘~~다녀오시구요.

    건강한 모습으로 뵙고싶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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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정말 멋지십니다. 전문 블로거로서, 수십년에 걸친 경험을 나누시는 것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킬리만자로도 건강하게 다녀오세요! 더블린에서 김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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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김호 - 2008/07/25 03:24
    감사합니다. 조만간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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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키나발루로 검색해서 이 글을 보았습니다.

    사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임하신 정도로만 생각했는데요,

    깜짝 놀랐습니다. 히히

    저도 미국에서는 10년 보증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서는 왜 안되는지 묻고 싶었던 적이 있거든요 ㅎㅎ



    스킨을 너무 평범한 것으로 바꾸셔서 그냥등산 좋아하시는 이웃집 아저씨인줄 알았어요 ^^;

    앞으로도 편히 들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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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Yemundang - 2010/04/30 23:57
    웬 히히? 스킨이 맘에 안드세요? 깔끔하게 하고싶어서 이렇게 바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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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Yemundang - 2010/04/30 23:57
    공지사항에서 I AM Consulting 이라는 기사만 보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사실, 위 기사의 경력을 보고 깜짝 놀라서..

    저 나름대로 어색한 웃음을 '히히'로 써봤습니다. ^^;;;



    스킨은 깔끔하고 이쁜데요, 위 기사에 나온 스킨은 CEO님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그에 비해 현재 스킨은, 저처럼 우연히 자동차 사진 한장 보고 들어오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로 보여서.. 해본 이야기입니다. :)



    블로그를 통해 수평적 관계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참으로 영광입니다.

    늘 친절하게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좋은 세상 만드는게 함께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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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Yemundang - 2010/04/30 23:57
    우리 그냥 친구 같이 지내요. 그게 저는 좋습니다. 그리고 제 Mark Juhn's Blog에 대한 관심 감사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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