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내가 현대종합상사에 재직할 때 조선일보사로 부터 [CEO와 한권의 책]이라는 제하의 칼럼에 최근에 읽었던 책에 대한 독후감을 써 달라는 요청에 기고했던 글이다. 2005년 12월15일자 조선일보 경제면 B13 면에 게재됐었다.
2005년 이후 지난 3년간 세계 자동차산업은 엄청난 변화를 체험했다. 예상한 대로 도요다자동차가 GM을 제치고 세계 제1위에 등극한 것도 수 많은 변화중의 하나다. Big 3는 이제 Detroit 3로 개명(?)되어 그 위상은 격하되었고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있다. 이 금년 들어 급등한 원유가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고연비자동차 개발에 지난 100년 동안 자동차 역사에 있었던 기술 개발 노력의 몇배를 더 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지난 3년 동안의 변화와 '미쉘 메이나드'가 저술할 때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되 짚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위로 옮겨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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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자동차는 왜 몰락하나”
성공에 도취해 외부 변화 무감각 新車 개발보다 몸집 불리기 애써
▲ 디트로이트의 종말
‘디트로이트의 종말(The End of Detroit)’은 지난 100년간 미국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던 디트로이트 자동차산업에 관한 우울하고 암담한 보고서이다. 미쉐린 메이너드의 이 역작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자존심 빅3가 무엇 때문에 몰락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풍부한 사례와 명료한 해설로 설명한다. 디트로이트는 꿈의 자동차 공장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빅3의 독점적 시장지배력은 영원한 듯 보였다. 한때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10대 중 9대는 디트로이트에서 만들어질 정도로 최고의 영화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과 유럽, 한국의 수입차들이 빠르게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이 책이 국내에 처음 번역·소개된 것은 2004년 10월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더욱 참담하다. 이와 달리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승승장구, 세계 시장 1위를 넘보고 있고, 유럽의 벤츠와 BMW, 한국의 현대·기아차가 놀라운 속도로 약진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저자는 무엇보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너무 안이했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고객이 원하는 차를 개발하기보다는 몸집 불리기에만 혈안이 돼 시장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노조로부터도 발목이 잡혀 움직임이 느리다. 반면, 도요타를 비롯한 수입차 업체들은 고객의 취향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물론 이들 또한 초기에는 ‘품질’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숱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빅3가 의사결정 지체와 브랜드 환상에 빠져 있는 사이에 더욱 기민하게 대응했고, 이는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
저자는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디트로이트의 종말’은 피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 ‘근본적 변화’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디트로이트의 빅3 종말론은 결코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이야기(夜話)가 아니다. 변화는 지난 20년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진행돼 왔다. 다만 디트로이트가 그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거나 애써 부정하고 소홀히 대응했을 뿐이다.
변화를 얘기할 때 나는 가끔 100도론을 주창한다. 변화는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물이 비등점인 100도까지 올라야 비로소 기체로 변하는 이치와 같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진행되다 어느 날 문득 그 결과가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도요타는 전 직원들의 가이젠(改善)을 하나씩 모아 ‘도요타방식(Toyota Way)’이라는 세계적 아이콘을 만들었다. 오늘 한걸음의 개선 없이는 결코 내일의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성공하기를 바라는가? 그럼 오늘부터 당장 자신을 변화시키는 작은 한걸음부터 떼어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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