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열흘의 실크로드 여행 동안 같은 팀에 어느 시인과 조우하게 된다. 그는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보이는 머리가 숱이 적은 흰머리에 덥후룩한 수염이 얼굴을 덮고 있었다. 여행 내내 카메라에서 손을 떼지 않고 쉴 틈이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에 끌려 나는그에게 접근한다. 사진 좀 배우자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시인 홍 순갑 선생이었다.
그는 밥 먹고 자는 시간 빼면 담배 피우지 않으면 뷰-파인더에 바짝 눈을 붙이고 셔터를 눌러댄다.
그는 귀국 후에 자신이 찍은 사진 300 여장을 CD에 담아 그의 시집 "깊이 들여다 보다가" 와 함께 나에게 소포로 보내왔다.
그리고 어제 새로 지은 시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그의 양해를 얻어 보내준 사진을 내 마음대로 골라 여기에 몇 작품을 올린다.
◁ 이 페이지에서 유일하게 내가 찍은 사진. 내가 봐도 잘 찍었다. ㅋㅋ
△ 돈황산장에서 가까운 모래 언덕이 신비롭다. 어찌나 모래가 가는지 밀가루 같다.
△ 습기라고는 전혀 없는 모래사막에 고목이... 얼마 전까지도 모질게 살았겠지만 결국 악조건을 이기지 못하고..
△ 낙타의 고통. 코에 막대기로 구멍을 뚫어 인간에게 복종하게 만들었다. 인간의 잔인함이..
△ 홍 순갑 시인은 사람의 표정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아래는 홍 순갑 시인이 실크로드에 다녀온 후에 지은 최신작 시를 어제 나에게 보내주었다.
제목: 고비사막에 부는 바람
작가: 시인 홍 순갑
불타오르는 황량한 사막 위에 서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너라고 부를 수 없는 절대의 시공은 너무도 광활해서 심야의 사막횡단열차 차창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칠흑 풍경 끝에 초록 오아시스에 당도하였을 때는 갑작스레 어둠이 사라졌지
솟아오르는 햇살을 받으며 생의 절벽을 딛고 아슬아슬 천 년 전 석벽에 매달려 불상을 새기든 당신이 외로운 낙타를 빌려 타고 별빛 따라 사막을 건너는 밤의 골목에서는 바닥없는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어
슬픔은 섬광처럼 잔모래를 뿌리며 숨죽인 채 흐느꼈어 찬란한 명사鳴沙의 모래 산이 가는 현絃의 달빛울음을 우는 사막의 밤은 천불동 석굴 앞에 조그맣게 그러앉아 러와프를 가슴에 안고 사랑을 노래하던 늙은 악사를 닮았지
천산天山의 만년설이 그의 이마의 깊은 주름을 타고 흘러흘러 포도덩굴을 무성하게 키워내는 사막은 그 자체가 길 없는 미로야
그러니 바람 불 때 떠나야 겠지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스스로 낙타가 되어야 해 슬픔이 만개한 혹을 짊어진 채 커다란 자신의 눈망울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솟구치는 울음이 눈가에 번지지 않게 가시나무 잎을 삼킬 줄도 알아야 해
그 자리에 마지막 당신이 있었으면 해 그러면 끝없는 미로를 헤치며 서쪽을 향해 천천히 걸을 수 있을 거야 고비사막에 부는 영혼의 바람을 따라
러와프 : 위그르족 전통악기. 기타와 비슷하나 울림통이 작고 현의 길이가 길다.
홍순갑 선생은 1949년 충남 연기군 출생. 1990년 <호선문학>으로 등단, 1998년 [빛과 그림자에 대한 명상], 2001년 [저 달을 보라], 2005년 [조용히 빛나는 것을 붉다] 등을 펴냈다.
현재 호서문학 회장.
전 운남지방을 다시한번 여행하고 싶네요.
답글삭제멋집니다. 그저 멋지단 말밖에 안나오고. 전문 여행기 전혀 안부럽습니다.
답글삭제애들 표정이...어릴때 우리 모습과 비슷한것 같아요
답글삭제천진난만한....
지금은 찾을래야 찾을수 없는 우리의 과거 모습 ^^
@Raycat - 2010/06/20 17:57
답글삭제저도 그쪽을 생각하고 있는데요..
@피아랑 - 2010/06/20 18:10
답글삭제피아랑님을 너그러운 분이시군요 ^^
@아르테미스 - 2010/06/20 18:12
답글삭제그렇죠? 우리가 어렸을때 저랬죠. ^^
음~ 제가알고있는 희랍 조르바 할아버지 같습니당
답글삭제러와프 악기를 켜는 할아버지가 꼭 늘 산투르 악기를 메고
있는 조르바 할아버지 같네요^ㅋㅋ
@자 운 영 - 2010/06/21 00:26
답글삭제그런가요? 어느 관광객 여인이 옆에서 맞춰주니까 신이 나는것 같더라구요.^^
모래언덕에 전율을 느낍니다. 시인이시라 그런지 사진에 이야기가 담겨 있는것 같은 인상을 받네요. 잘 보았습니다.
답글삭제돈황산장을 TV에서 본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모래사막과 더불어 가보고 싶네요.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빨간내복 - 2010/06/21 01:45
답글삭제감사합니다. 제사진이 괜찮지 않습니까?
@yemundang - 2010/06/21 02:04
답글삭제한번 쯤은 가도 좋을 것 같다고 하면 너부 약한 가요. 가볼만 합니다. ^^
인물들 표정이 좋네요.(물론 mark님의 홍선생님 사진도 포함입니다^^)
답글삭제시인이 보는 고비사막은 쓸쓸하군요.
실례되는 소리지만 나이가 더 들어보인다고 하셔서 풉...했어요 ㅋㅋ
답글삭제사진도 300장 받으시고 좋으시겠어요~
그런데, 마크님. 낙타도 타셨어요~? 낙타 코 아프겠어요 ㅠㅠ
저 태국 여행갔을 때도 코끼리 탔는데, 아저씨가 뾰족한 걸로 코끼리 귀 마구 때리셔서 피났거든요 ㅠㅠ
아가들은 정말이지 귀엽군요 +_+
@보기다 - 2010/06/21 05:11
답글삭제사막에서 더 좋은 생각하기 힘들 것 같더군요. 황량함...
@불타는 실내화 - 2010/06/21 07:26
답글삭제낙타들은 주인이 시키는대로 하는데 주인 말 안들으면 뒈지게 매맞을 꺼라는 것을 쟤네들은 이미 알고있는 거죠.ㅜ.ㅜ 동물학대 맞아요.
마크님 인연을 찾아 다니시는것 같네요
답글삭제좋은 인연은 마음을 풍족하게 해주죠
실크로드 저도 한번 다녀오고 싶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역시 멋진 풍경도 좋지만 사람이 담겨있는 사진이란건 참 좋네요.
답글삭제전 사람을 담는게 어색하고 왠지 두려워서 그러지 못하는데 이병도 언젠가 고쳐지겠지요.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계시는군요 ^^
답글삭제@싼타모니카 - 2010/06/21 10:53
답글삭제네, 산타모니카 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Laches - 2010/06/21 11:02
답글삭제저는 원래 인물사진에 관심이 없었는데 여기 홍선생님을 보면서 관심이 생기더군요.
@adios - 2010/06/21 11:04
답글삭제제가 옛날에 들은 어느 명사님으 이야기가 오래동안 각인되어 그런가 봅니다. 그분과 골프치고 헤여지면서 그분 말씀이 나한테 "이것도 인연이여~" 하시던 ...
정말 멋진 인연이네요
답글삭제사람의 표정이 살아있는 사진이라... ^^
저도 꼭 찍어보고 싶습니다
시인도 만나셨군요.. 멋진 경험이었을거 같습니다ㅎㅎ 돌아와서도 저렇게 인연이 이어지는걸 보면 사람 인연이라는게 참 신기하네요. 시인분이 사진도 참 잘찍으시네요 ㅎㅎ
답글삭제사진잘찍으셨네요.
답글삭제선그라스에 비친 누군가의 모습도 보이는군요.ㅎㅎ
별로 내세울 게 없는 제 사진과 글을 실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실크로드에서 만났던 두 노인 악사와 마부를 다시 만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들 곁에 하루 쯤 붙어앉아 그윽한 심정으로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지요. 그러면 영혼의 깊이가 한뼘은 깊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답글삭제@바람처럼~ - 2010/06/21 12:11
답글삭제바람처럼님 한테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고 봅니다.
@blackIIwhite - 2010/06/21 17:08
답글삭제모처럼 사진에 대한 칭찬. 으쓱.
@꿈사냥꾼 - 2010/06/21 18:52
답글삭제우리 일행인 어떤 남자의 부인일 겁니다. 붉은 옷을 입었네요. ㅎㅎ
@홍순갑 - 2010/06/21 19:46
답글삭제제가 어느 명사의 인사말을 언급했었죠? 이것도 인연이여...
왜 이렇게 재미있고, 좋은 글에 추천수가 이것 뿐인지. 인정없는 사람들.
답글삭제때뭇지않은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좋네요. ^^
'시'라는 것은 웬지 가까이 하기 어렵고 그저 난해하게만 느껴지지만,
답글삭제사진과 함께 하니 좀 더 이해가 쉬워지는 것 같습니다.ㅎㅎ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저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멈춰버린 시간, 그 속에도
수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습니다.
좋은 인연 계속 잘 이어나가시길 빌겠습니다.^^
@무식한욱 - 2010/06/21 22:06
답글삭제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고맙기만한데요. 마구 추천해주세요. ^^
@spk - 2010/06/21 23:13
답글삭제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되면 좋지요.서로 뜻이 맞으면 자연 그렇게 되겠지요. 일단 시작은 좋습니다. ^^
좋은 곳에서 좋은 인연을 만들어 오셨네요.
답글삭제mark님의 홍선생님 사진은 정말 자연스럽고 좋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Happiness™ - 2010/06/22 08:01
답글삭제ㅎㅎ 감사합니다. Happines님도 have a nice day^^
실크로드 여행길 좋은 여행이 되셨는지요
답글삭제좋은 시인을 만났셨다니 넘 부럽습니다.
@자유여행가 - 2010/06/22 23:30
답글삭제바로 자유여행가님 블로그에 가 봤더니 진짜 멋진 실크로드 여행을 다녀오셨더군요. 그런 여행이라면 한번 더 가보고싶네요. 계획있으면 연락 바랄께요.
이야..멋진 여행을 다녀오셨네요..실크로드에서의 낙타사진..정말 멋집니다.
답글삭제@애쉬™ - 2010/06/24 08:23
답글삭제전문사진가 홍 순갑 시인이 찍은 겁니다. ^^
진시황 유적을 보니 그저 입이 쩍 벌어집니다. 저걸 기원전에 만들어낸 문명이니 정말 중국의 역사소설을 보면 실감이 더해질것 같아요!
답글삭제@mindnote - 2010/07/08 21:39
답글삭제상상을 초월하더군요 대단했습다. 그 많은 병마용들 그것도 아주 사실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