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6일 금요일

Once upon a time 59 <Mrs. Britingham>

당시 장항은 조그만 재래시장으로 5일장이 열렸다. 그들이 먹을 음식자재가 있을 리 없으니 매주 한번씩 군산 공군기지로 가서 물품을 구입했다. 군산으로 강을 건너 갈때는 지프를 배에 싣고 내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였다. 미군 공군 PX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일이 끝나면 배를 타고 장항으로 다시 돌아온다. 크지 않은 배는 승객 위주의 구조였기 때문에 배 앞부분에 작은 갑판에 지프를 싣는 것은 지금 생각에도 아슬아슬 했다.

 

금강하구는 간만의 차이가 9 미터가 넘게 컸기 때문에 군산과 장항 부두에는 대형 선박 정박용 부잔교(浮棧橋)가 있었다. 이런 부잔교에는 언제나 외국 대형 화불선박들이 정박하고 있어 일반 여객용 도선에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밀물과 썰물에 수위가 변하므로 경사지게 만든 접안시설은 승객들이 오르 내릴때 경사진 선착장으로 뛰어 오르고 내렸다. 이런 선착장과 배의 갑판사이 틈새를 널판지로 건널 목을 깔아 그 좁은 널판지 위로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도록 하여 배를 오르고 내렸다.

하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 선착장에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배의 갑판위에 그들의 지프가 있는 것을 보았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기회다 싶어 배에 타자마자 이들 앞으로 가서 말을 걸었다. 처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헬로' 아니면 '굿 아프터 눈'이었을 것이다. 제련소 기술고문인 남편은 헐리우드 영화배우 '리 마빈 ' 같이 흰 머리에 무뚝뚝한 인상이었다. 부인되는 분은 미인이었다. 이들은 차를 타고 어디 갈때는 털이 길고 색갈이 누렇고 흰 예쁜 얼룩 강아지를 꼭 가슴에 안고 데리고 다녔다.

 

그들에게 다가간 나와 단짝 친구는 이름을 말하고 만나서 반갑다는 둥 말도 안되는 영어를 제멋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몇마디 하지도 못했는데 배는 벌써 장항 선착장에 도착해서 나중에 기회 있으면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며 차를 몰고 떠나는 차에 나 혼자서 손을 흔들었다.  

 

이들과 처음 몇마디 한 것이 어찌나 신기했던지 가슴이 방망이 질 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들이 알아 들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아마 대충 짐작해서 우리가 한 말을 해석하지 않았을까 한다.

 

두어 주일 후엔가 군산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노부부와 같은 배를 탔다. 그들은 한 주일 분 생필품을 차에 가득 싣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와 내 친구는 용기를 내서 차에 다가가 인사를 했다. 나는 숫기가 좀 없는 편이었다. 나는 중학교 3년동안 그리고 고 2학년이 될 때까지 5년 동안 배운 영어단어를 총 동원해서 되지도 안는 말로 그 할머니에게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드디어 올렸습니다.  상당한 미인이시지요?>

 

to be revised and continued

댓글 15개:

  1. 나중에 그 분이랑 계속 인연을 맺어가셨나요??? 이 이야기도 참 재밌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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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스캔해서 올리실 사진의 분들이 어떤 모습일지 무척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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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뒤돌아 보면 흥분되는 멋진 추억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사진기는 때론 멋진 스캐너 역활을 하죠. ^^*

    제 첫 디카는 LP자켓을 스캔(?)할 용도로 구입했었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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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홍천댁이윤영 - 2009/11/06 12:50
    그럼요. 아주 오래동안 계속되다 아쉽게도 끊겼지요. ㅜ.ㅡ

    이런 얘기도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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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꿈사냥꾼 - 2009/11/06 14:29
    스캔해서 이메일로 저한테 보내는데 4천원이나 받더군요. 제가 보관하고 있던 것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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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향기™ - 2009/11/06 15:45
    그런줄 알았으면 카메라로 찍어서 컴에 올릴걸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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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와 굉장히 미인이시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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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숫기가 없으신게 아닌데요?

    처음보는, 그것도 외국인에 말을 걸기란 쉬운일이 아니었을텐데 말이죠.

    보통 웬만한 사람들은 울렁증 때문에 오히려 가까이 올까봐 두려워 한다는...ㅎㅎ

    암튼 Mark님은 애시당초 영어에 끼가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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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마크님의 앞으로 영어선생님이 되실 분이었나요?

    인상도 좋으시고 정말 품격이 느껴집니다. ^^



    다음 얘기가 궁금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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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정말 용기가 대단하셨는걸요.

    그 당시에는 외국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정말 신기했을 것 같은데요.

    다음 얘기도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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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boramina - 2009/11/07 21:35
    네 자신을 알라고 했는데 자기 자신을 모르고 뛰어든 거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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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띠용 - 2009/11/06 23:47
    정말 미인이시죠? 마음은 더 미인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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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spk - 2009/11/07 19:23
    말씀도 마십시요.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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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내영아 - 2009/11/07 19:49
    네, 저의 영어선생님입니다. 열등생도 인내를 가지고 가르쳐 주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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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mark - 2009/11/06 23:11
    말쓰하신대로 미인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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