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장항제련소 직원들이 사는 사택에서 살고 있었다. 남편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에 집에 남아있는 부인은 아까운 시간을 사람들을 집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데 쓰고 있었다. 거기에 내가 영광스럽게 낀 것이다. 영어 학습에 참여했던 어른들은 조그만 시골인 장항의 읍장, 경찰서장, 세무서장, 의원 원장, 교회 목사님 등 장항읍에서는 유명 인사들이었고 이들 사이에 두 고등학생이 끼게 된 것이다.
처음 우리가 그분의 그룹 개인교습에 참석하기 시작한 때는 겨울이었다. 수업 시작하는 첫날 나는 친구와 함께 그 집 현관 밖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서 현관문을 열어줄때 까지 기다리는 짧은 순간 두려움과 설레임이 섞인 그런 느낌이었다. 가슴이 쾅쾅 울릴 정도로 뛰었다. 현관문이 열렸다. 이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가 열고 들어오라며 친절히 안내했다.
현관에 들어서자 따듯한 온기에 알 수 없는 근사한 냄새가 방안에 가득 퍼져 있었다. 뭔지 모르지만 맛이 있는 냄새였다. 응접실에는 한쪽벽에는 서가에 많은 책이 꽂혀있고 책상이 그리고 'L'자로 벽 가까이에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응접실 가운데에는 난로가 방안을 따듯하게 해주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따듯하고 포근한 방안 분위기였다.
영어 교실로
옆방에서 미세스 브리팅햄이 (앞으로 선생님으로 호칭) 들어오시면서 "헬로, 굿 이브닝 미스터 전, 헬로 미스터 김, 하우 아 유?" 하고 우리를 따듯하게 맞아주셨다. 나는 의자에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얼굴이 환끈거러 뭐라고 했는지 무슨 말을 했지만 기억이 잘 나지도 않았다. 조금 있다가 우리 학급 어른들이 도착했다. 처음 참석하는 우리가 너무 일찍 도착했고 그들 고참들은 시간에 맞춰 도착한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선생님은 그들에게 우리를 소개해주셨다.
나는 잔뜩 긴장되고 괜히 영어 배우자고 왔다는 후회도 순간 들었다. 도저히 이 분위기에 적응할 것 같지 않았다.
바로 선생님은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때 우리가 사용한 교재는 유네스코(UNESCO)에서 발행한 'Practice Your English' 라는 책이었다. 이 책도 선생님이 우리한테 주었다. 매 섹션마다 짧은 상황의 이야기가 있고 그것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그런 내용이다. 일단 소리내어 읽도록 한다. 발음도 고쳐주고 그런 다음에 질문에 들어간다. 앞에서 나온 이야기애 대한 질문이다. 돌아가면서 학생(?)들한테 답하도록 한다. 내 차례가 되어 답을 해야 하는데 죽을 맛이다. 무슨 소리인지 도대체 모르겠고 답은 해야하는데 몰라서 그저 끙끙댄다. 그러면 선생님이 답을 얘기해주고 왜 그런지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지만 무슨 말인지 일아 들을 수가 없었다. 얼굴은 화끈거리고 창피하기도 하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후회 막급이었다. 학교에서 영어 성적이 시원치 않았던 나는 이곳에서도 힘들 수 밖에 없었다. 괜히 의욕만 앞섰지 기초가 안되니 고생할 수 밖에 없잖은가? 사서 고생하고 있다. 괜히 영어가르쳐 달라고 한 게 후회만 되었다.
수업시간은 한 시간 정도인데 내가 답할 차례를 한 두번 지나면 한 시간의 수업이 끝난다. 수업이 끝나면 케익과 밀크를 마시라며 우유를 한 잔씩 주었다. 이때 처음 먹어본 케익은 입에서 살살 녹았다. 그때서야 아까 처음 현관안으로 들어왔을 때 향긋한 맛있는 냄새가 바로 이 케익 냄새였던 것을 알았다. 공부하는 동안은 망신 당하고 창피했지만 케익을 먹는 순간만은 잘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거 원...
그때가 1950년대 말이었으니까 우리나라 모두가 얼마나 궁핍하게 살았는지 지금 세대는 짐작도 못할 일이다. 이런 케익은 어디서 구경도 못했고 파는 데도 없어 살 수도 없었다. 하여튼 처음 맛을 본 나는 이 맛에 반해버렸다.
to be continued
저도 처음 접한 케익은 정말 환상이었어요^^
답글삭제@띠용 - 2009/11/10 01:00
답글삭제그맛 때문에 영어배우러 다녔다는.. ㅋ
요즘시대도 아니고 1950년대라니 ㅎㅎ
답글삭제그냥 느낌만으로도 그케익이 얼마나 맛있었을지 짐작이 가네요.
@꿈사냥꾼 - 2009/11/10 20:19
답글삭제지금은 아이들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때는 ..
오늘 감악산 갔다 왔습니다. 소요산 갔더라면 하는 생각도 ㅋㅋ
@mark - 2009/11/10 23:11
답글삭제무사히 다녀오셨군요. 감악산 별로 였나요? 저도 오늘 어제 너무 궁금했던 곳이 있어서 아침내내 참다가 점심먹고 짧은 산행을 잠깐했어요 ㅎㅎ
@꿈사냥꾼 - 2009/11/10 20:19
답글삭제불곡산에 비할 바가 아니더군요. ㅎㅎ
배우겠다는 의지가 무척 부럽게 느껴집니다.
답글삭제거기다 맛난 케잌까지 더해지면 배우는데에는 장애물이 될건 없겠죠.ㅋㅋ
먹는 것도 그렇지만, 1950년도에 원어민으로 부터 가르침을 받는다는건
엄청난 행운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spk - 2009/11/11 01:07
답글삭제저에게는 엄청난 행운이었지요. 이 분때문에 영어를 가깝게 느끼는 동기가 돠었고 나중에는 직장생활에서 30년 넘게 해외영업부문에서 근무하게 되었지요.
trackback from: 옷에 관한 영어표현 모든것
답글삭제put on/wear(옷을 입다) take off(옷을 벗다) button up(단추를 잠그다) zip up[down](지퍼를 올리다[내리다]) roll up one's sleeves(소매를 걷어 올리다) tie a knot(넥타이를 매다) He put his coat on. (그는 코트를 입고 있었어요.) Take your clothes off. (옷 벗으세요.) He's getting undressed. (그는 옷을 벗고 있어요.) Fix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