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이 가르쳐주는 영어는 전혀 다른 언어라고 보면 맞다. 이렇게 일주일에 두번씩 벌을 쓰듯 다녔다. 그래도 재미있고 희망을 주는 것은 수업후에 예쁜 접시에 담아 주는 케익이었다.
우리 집에서는 영어를 잘 할 것으로 기대가 컸던 모양이다. 학기말 성적표를 가방 속에 숨기고 있다가 잘 못해서 들키고 말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영어 성적을 보고는 아버지께서는 크게 실망을 하셨다. 영어 공부한다고 일년 가까이 다닌 놈이 이 모양이냐 이거다. 할 말이 없지만 어쩌겠나.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빌 수 밖에.
이렇게 쩔쩔 매면서 2 년 가까이 영어를 배웠을 때 남편이 장항제련소 기술고문 계약기간이 만료되었기 빼문에 두분은 오스트랠리아로 귀국하게 되었다. 같은 반 어른들이 송별회를 열어 작별인사를 했고 며칠 후 그들은 본국으로 돌아갔다. 귀국한 후에도 서로 연락을 하자며 주소도 남겨 주었다.
나는 그 후에 서울로 올라와 대학에 입학하여 대학 생활을 보냈다. 산에 취미를 붙여 등산하는 얘기도 적어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분한테 영어수업을 받는 동안 영어 실력을 못 올린 게 못내 미안하다고 생각되었다. 나아진 영어를 보여드리겠다고 생각하고 뒤늦게 영어 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영어회화 사설 학원도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선생님과 편지 왕래를 오래동안 계속했다. 해외로 편지 보내는 것도 학생으로 부담이 되는 돈이었다. 접는 엽서가 있었는데 우편 요금이 조금 쌌다. 나는 엽서에 서울에서 나의 대학생활 이야기를 적어 보내면 보름 후에는 꼭 회신이 온다. 그 회신을 읽으면 꼭 영어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시원치 않은 영어실력으로 틀린 줄을 모르고 썼으니 얼마나 틀린데가 많았겠나 짐작해 알 수 있다.
이렇게 그 분과 편지 왕래는 대학 졸업하고 군대 갔다와서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았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한 십년 넘게 편지 왕래를 했는데 어쩌다 편지는 두절되고 말았다. 편지가 두절된 것을 얼마동안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가지고 있던 주소로 편지를 보냈지만 더 이상 회신은 오지 않았다. 주소가 바뀌었을까? 그 분한테 무슨 일이 있을까? 현대자동차가 호주에 자동차 수출을 시작하면서 1983년 경에 현지 대리점 사장한테 옛날 주소를 알려주며 그 분 소재를 수소문해 달라고 부탁도 해봤다. 편지왕래가 멈춘지 10년 쯤 지났을 때였다. 그러나 그분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았다.
그 분의 연세도 있어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찾는 것을 단념하였다. 나는 아직도 그분을 가끔 생각한다. 선생님의 은혜를 입어 나는 직장 생활을 해외영업부문에서 보람있게 해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__)
그 시절에 원어민 선생님에게서 영어를 배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귀한 기회를 가지셨던 것 같아요.. 계속 연락이 되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답글삭제@홍천댁이윤영 - 2009/11/12 14:32
답글삭제그러게요, 참 아쉽습니다. 제가 실수로 편지 쓰는 것을 잊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무지 많이 했었지요.
배운기간은 길지 않았는데 꽤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 받으셨네요,
답글삭제매번 답장이 잘 왔다면 그 분도 많이 생각을 했을 거 같은데;;
연락이 끊어지셨다니 안타깝습니다.
TV는 사랑을 싣고가 하고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를텐데 말입니다.^^;
@블루버스 - 2009/11/12 18:38
답글삭제그러게 말입니다. 현대차 호주대리점 사장한테 부탁할 때는 찾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했었답니다.
그 분들 덕분에 영어실력이 좋아진 것이 맞군요.^^
답글삭제영어로 오랫동안 서신을 주고 받으셨다니, 그것만 해도 좋은 공부가 되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소식이 끊겨 많이 답답하셨을 것 같네요.
국내도 아닌 외국이라 특히 더하셨을 것 같습니다.
@spk - 2009/11/13 00:49
답글삭제그러니까 이분이 저한테 영어를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어주신 은인입니다. 나중에 연락이 끊긴 것울 깨닫고 많은 죄책감을 느꼈지요. :{
참 기품있어 보이시는 분이네요.
답글삭제그 분도 잊지 않고 편지를 보내주는 마크님을 오래오래 기억했을 것 같습니다.
@boramina - 2009/11/13 10:58
답글삭제지금 생각해도 언제나 흐트러짐에 없는 고상한 그런 할머니였습니다. 학같이..
지금이야 이메일로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세상이었지만...
답글삭제예전에 그렇게 편지를 주고 받으셨다니 대단하네요
정말 기억에 남으시겠습니다
한번 찾아뵈야 할텐데... 소식을 모르시니
@바람처럼~ - 2009/11/14 00:32
답글삭제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와 지금은 삶의 개념이 다른 세상이네요. 요즘은 육필로 쓰는 편지는 받아 보기 힘든 세상이지요.
요즘이야 원어민 강사에 교사까지 동원해서 영어를 배운다지만, 그 당시로서는 굉장히 획기적인 공부방법이셨네요^^
답글삭제@띠용 - 2009/11/14 19:46
답글삭제그때는 그랬지요. 저한테는 행운이였고 이 선생님을 만난 것이 큰 모티베이션이 되었습니다.
그때 벌써 3개국어를 하셨군요. 우리말, 영어비슷한영어, 영어 ㅎㅎ
답글삭제사진을 보니 당시에도 상당히 나이가 있으셨던 것 같네요.
trackback from: 090325 Photos after pratice of making coffee
답글삭제fortunately when the time I arrived at the coffee school.. there's no one except her. so i can practice making coffee with jaunty music N she teachs me and gives me a challenge.. I love the way she pour the milk into the cup of coffee.. and her white fa..
우와 대단하시네요 ^^ 저는 예전에 아버지 서재를 정리하다가,,, 아버지의 해외 펜팔 모음집 보고 신기했었는데... 요즘 집 근처 지나가다보면 유치원생들로 보이는 아이들도 영어를 잘 하더라구요
답글삭제좋은 선생님 만나신것은 정말 행운이십니다.^^
답글삭제80년대 초반까지도 무작정 암기식교육을 하시던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었지요~~ ㅎ
못외우면 머리통에 불나던 시절이 기억나네요~~ㅎㅎㅎ
영어..저두 지금 하려구 하는데...
답글삭제완전 미치겠는데.....
좋은 기회였네요....
지금 서른 조금 넘은 나이에 다시 하려구 하거든요....
솔직히.....좌절과 탄식의 연속입니다.......
구제해줄 선생님을 먼저 찾아야 하나봐요....ㅎㅎㅎㅎ
@killbill - 2009/11/16 18:22
답글삭제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부디쳐야 하더라고요. 혼자 독학하는 것은 일고 독해하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나 말하는 외국어는 제 생각에는 불가능하다고 보거든여 부디치세요. 그러면 귀가 뚫리고 입이 열립니다. 고민하지 마세요.
@gemlove - 2009/11/15 23:40
답글삭제제가 고등학교, 대학을 다닐때 펜팔과 교신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지요. 요즘도 그런게 있는지 모르겠네요. 옛날에 이런 뜬 소문도 있었지요. 한국 대학생이 미국 펜팔한테 덕수궁 석조전 앞에서 목에 수건을 두르고 칫솔질을 하는 사진을 보내면서 자기집이라고 허풍을 떨었다는 ..ㅋㅋ
@세담 - 2009/11/16 11:35
답글삭제손바닥이 불이 났었답니다. ㅠ.ㅡ;;
trackback from: 푸조 자동차 자발적 리콜
답글삭제푸조수입업체 한불모터스에 의하면 프랑스 푸조자동차에서 수힙한 502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한다. 리콜 대상 차량은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제작된 푸조 607(육공칠)과 407 Coupe(사공칠 쿠페) 등 2개 차종으로 총 502대. 해당 차량은 엔진오일이 진공 브레이크 파이프에 들어가 승용차의 제어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해당 차량 소유자는 오는 23일부터 전국 푸조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푸조나 도요..
@꿈사냥꾼 - 2009/11/14 23:22
답글삭제뒤늦게 댓글을 발견했네요. 3개국어라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