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으로 부터 듣는 불만중 가장 자주 듣는 것은 품질 문제. 다음이 리드 타임이 길다는 것이었다.
리드 타임(lead Time)은 대리점의 입장에서 발주시점에서 부터 생산된 자동차가 대리점에 도착하기 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대리점이 발송한 생산주문을 접수하면 현대차 생산관리부는 수주한 차량의 스펙에 따라 자재를 수배하고 준비된 자재에 따라 생산 순서 (시퀀스- Sequence)를 정하여 공장생산 라인에서 생산이 시작된다. 여기서 문제는 수출차량의 생산관리가 나라별로 생산 순서를 잡던가 지역별로 모아서, 즉 중동지역이면 중동지역의 주문을 몰아서 생산하면 선적 항로별로 물량이 집하되기 때문에 선박 수배에도 좋고 대리점도 발주한 차랑이 오더별로 묶어 오기 때문에 재고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공장의 생산 편이에 따라 시퀀스를 정하면서 이런 희망은 사라지고, 한 대리점에 각 차종별 칼라별 다양한 스펙으로 발주된 차량이 전량 생산 완료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발주된 차량이 생산이 안되어 남아있는 것을 백오더(back order)라고 한다. 이렇게 백오더 관리하는 것도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사실상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 선진국 대리점에 수출을 시작하면 서 사전 발주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행은 잘 되지 않고 있었다.
뱃떼기 생산 다 읽어보기
이런 문제로 대리점은 자금 부담과 비용 증가, 판매 기회 손실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런 불만 때문에 매달 열리는 자재회의나 중역회의에 의제로 올려달라고 위에 부탁하지만, 실제 문제을 잘 파악하고 있지 않은 중역 마저 재고에 있는 차 판매하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가당치도 않은 소리를 듣기 일 수였다.
사실 고객이 '나는 아반테를 이런 은빛으로 자동 변속기에 에어콘이 있는 것으로 사겠다'고 마음 먹고 딜러 쇼룸을 찾아 갔는데 흰색에 수동 변속기에 에어콘이 없는 차를 사라면 사겠는가?
자기가 고객이라고 생각을 잠시 만이라도 한다면 그런 지시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런 문제는 미국에 자동차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크게 대두되기 시작한다. 그 때는 내가 해외영업본부의 지원실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이게 내 책임이 된 것이다. 공장과 맞닥뜨려서 무슨 방법으로던 생산관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한번은 회장실에 불려 갔다. 아니, 내가 보고 사항이 있어서 갔었나?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아무튼 다른 것을 보고하다 이 문제를 슬그머니 말씀드렸다. "이렇게 리드 타임이 길고 백오더가 발생하면 그것은 즉 로스트 세일입니다. 없는 우리 차를 고객은 기다리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덧붙여 말씀드렸다. 실무를 아실 리 없기 때문에 이해하시기 쉽게 실예를 들어가면서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회장님께서도 이 친구가 무슨 문제로 말하는지 확실히 감을 잡으신 게다.
"그러니까 뱃떼기로 생산해 달란 말이지?"라고 물으신다. 나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적절한 표현이 또 어디 있을까? 농사 지은 것을 밭떼기로 입도 선매한다는 말이있다. 한 철 농사 지은 무우를 농부한테서 중개 상인이 밭을 통째로 사가는 것을 말한다.
to be continued
우리말의 묘미를 한번 더 느끼게 됩니다.
답글삭제긴 얘기를 '밭떼기' 하나로 요약하시는 회장님의 말씀이
친근하면서도 적절한 표현으로 들리는 것 같네요. ^^
공장의 생산 편이라는 것이 '빨강' '파랑' 빨강' '파랑' 이렇게 주문 순서대로 생산해야 하는데, '빨강-빨강' '파랑-파랑' 순으로 생산한다는 말씀인거죠?
답글삭제지금은 건의하신 내용이 반영되었는지요?
일화가 재미있네요. :)
@spk - 2009/09/29 23:21
답글삭제정말 적절한 표현이었습니다. 영감님께서 어찌 그런 표현을 생각해내셨는지. 제가 설명을 워낙 잘 드려서 이해를 완벽하게 하셨기 때문이겠지요? ㅋㅋ
@회색웃음 - 2009/09/30 00:11
답글삭제공장 생산측과 해와영업측의 요구사항이 워낙 상반되는 면이 있어 충돌은 필연적이었지요. 하지만 그런 문제를 제기한 것도 현대자동차 생산관리에는 하나의 큰 사건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