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3일 목요일

Once upon a time 11 <나이제리아 첫 인상>

나이지리아 첫 인상

이렇게 외화 신고와 세관 검사를 겨우 끝내고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향했다. 호텔로 가는 동안 차창 밖의 거리 풍경은 이렇게 못 살 수가 있나 할 정도의 장면만 눈에 들어왔다. 다 떨어진 반바지에 윗도리는 없다. 옷이라고 걸친 것은 구멍뚤린 셔츠다. 때가 꼬질꼬질해서 검은 피부와 색깔이 거의 같다. 어른 아이 다 마찬가지다. 길거리 그늘 땅바닥에 누어 낮잠 자는 반라의 사람들은 내 눈으로는 시체인지 잠자는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아스팔트가 패여 생긴 구멍을 피하다 길가는 사람을 치일 뻔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차로 사람을 치어 죽여도 담배 한 박스로 무마된다고 누군가 나한네 말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동안 교통체증이 심해 힘들게 호텔에 도착했다. 열대 지역이라 에어컨도 없는 차에 앉아 있으니 땀이 온몸을 적신다. 호텔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색깔이 알록달록한 도마뱀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놀고 있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당시 라고스에는 현대종합상사 주재원 한 명이 있었다. 우리 현대자동차는 나 홀로 몇 달째 외롭게 지내는 차량정비 교육담당 기능직 한 명이 아프리카에 파견 나와 있었다. 그를 위해 서울에서 선물로 밑반찬을 싸왔지만, 이웃나라 가봉에 출장 가고 없었다. 하는 수없이 종합상사 직원한테 맡겼다. 돌아오면 같이 나눠 먹으라고 전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후 확인하는 것을 잊고 말았다. 나눠 먹었을까? 혼자 먹어 버렸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라고스에서 한국 음식재료를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도착 첫날 모처럼 본사에서 출장 왔는데 외식하자고 했다. 먼저 오지에 나와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낮에는 햇볕이 따갑고 무더웠지만, 밤에는 끈적거리기는 해도 참을 만했다. 호텔 근처 괜찮은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공항에서 겪은 얘기를 했더니, 특히 외화는 출국할 때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이 가지고 들어온 외화를 철저하게 통제 관리하기 때문에 환전도 은행에서 해야 하고 환전한 영수증을 보관하여 출국할 때 체류기간 동안 사용한 돈의 영수증과 남은 외화를 비교하여 일치 여부를 검사한다고 했다. 암시장 환전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만약 출국 때 이런 규정에 안 맞는 꼬투리라도 잡히는 날에는 화를 부르게 된다고 했다. 설마?

나이지리아는 현대자동차가 포니를 수출하기 위해 개척한 수출 초기 시장 중 하나다. 대리점 사장 이름은 월래 마다리올라. 현대자동차 수출 초기에 근무했던 사람들은 이 사람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현대의 수출 초창기에 나이지리아 대리점은 주요 대리점 중 하나였다. 이 사람은 좀 사악한 면이 있었다.

다음날 아침 대리점을 방문 사장을 만나 인사를 했다. 물론 이 사람이 이전에 한국 본사를 방문했을 때 얼굴을 보았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알아봤다. 나이지리아 전통의상을 입고 무게를 잡고 자리에 앉아 있다 나를 맞이한다. "헬로 미스터 젼, 웰컴 투 레이고스. 하우 아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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