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8일 일요일

Once upon a time 32 <본사에서 온 텔렉스>

본사에서 온 텔렉스

경제협력단 순방 일정을 마치고 사장님께서는 귀국 길에 오르셨다. 나는 전임 Y 부장이 진행했던 신규 대리점 선정 과정에서 중단되었던 것을 마저 마무리 작업을 위해 나보다 먼저 현장에 나와 있던 직원과 합류해 페루 리마로 돌아왔다. 대리점 후보와 여러 차례 만나 회의도 하였다. 최초 삼 년간 판매목표, 가격 조건, 마케팅 계획과 판매망 구축계획 등을 깊이 있게 논의했지만, 결국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 가지 찜찜한 것은 이 후보는 나의 전임자가 이미 본사에 최적의 후보로 추천되었고 대리점 지정 직전 단계에 와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나는 현지에 나와 있던 직원이 그동안 면담했던 제삼 후보를 몇 명 만나 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호텔 텔렉스 실에 내려갔던 직원이 본사에서 날아온 텔렉스를 가지고 왔다. 직원의 안색이 안 좋았다. 얼른 넘겨받아 읽어보니 내용이 정말 황당했다. 다른 부서로 전임되었던 나의 전임 부장 Y를 페루의 시내버스 개선 프로젝트를 위해 페루에 파견시킨다는 것이다. 내가 지역 담당인데 다른 사람을 또 보낸다는 것은 내가 미덥지 않게 보였다는 것인가? 사장님을 수행하는 동안 나를 보는 그의 눈빛이 생각났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하는 것 보니 자동차 판매 경험도 없는데다 스페인 어도 모르지 불안했던 것 같다. 총애했던 부장이었지만, 중역들의 건의로 할 수 없이 해외사업부에서 퇴출했던 전임 지역담당 부장을 다시 불러 일을 시켜보겠다는 것을 생각하고 계셨던 것 아닐까?

당시 페루 정부는 대중교통 시스템은 아주 엉망이었다. 우리나라 60년대 하동환 버스가 제작한 지엠 트럭 차대위에 드럼통을 펴서 차체를 만들어 제작한 서울 시내버스는 양반이었다. 이런 형편없는 리마 시내버스를 교체할 계획이라는 첩보를 듣고 전임 부장은 그동안 공을 많이 들였다. 시내버스 핑계로 일 년에 반이 넘는 시간을 남미에 보내고 있었다. 전국 버스 조합장을 만나 술 접대를 하면서 우리 버스의 장점을 늘어놓고 있었다. 사실 우리 버스는 가격을 쌌을지 모르지만 다른 면에서는 경쟁차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었다. 가장 강력한 경쟁사는 볼보였다. 볼보는 이미 시외버스를 많은 수는 아니지만 페루시장에 수입되어 운행되고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