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3일 화요일

늙으신 우리 어머니

 

강화도에서 생산되는 강화 쌀은 명품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논에서 바람에 출렁이는 벼잎이 아름답다. 이런 아름답고 싱싱하던 벼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주식이 되는 나락을 남기며 스스로는 늙어 볼품없이 누렇게 변하면서 한 세대를 마감한다.

 

오늘이 우리 어머니의 생신이다. 세 해만 지나면 백에서 하나 모자라는 白壽가 되는 나이이시다. 百에서 하나가 부족하다고 한 一 자를 뺀 흰 백白에 목숨 수壽를 붙여 99 세를 백수라고 한다. 고맙게도 아직 건강하시다. 평상시 집과 교회 그리고 노인정에만 왔다 갔다 하시기에 오늘은 강화도에 바람 쐬러 가시자고 했다. 지난 어버이 날에는 인천 송도의 유명한 꽃게탕 집에서 식사를 맛있게 드셔 이번에는 강화도 외포리의 유명 꽃게탕집에 모시고 갔다.

어머님한테는 강화도가 먼 거리었는지 차 멀미를 하신 것이다. 속이 메스껍다고 하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차를 더 얌전하게 운전했을 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월에는 아무렇지 않고 좋아하시는 것 같아 차 멀미하실 줄은 몰랐다. 많이 잡수지는 못하지만 식성은 좋으신 편이라 잘 드시는 편인데 멀미때문에 식욕을 잃으신 것 같다. 되도록 시간을 끌어가면서 속이 가라 앉으시기를 기다려 조금씩 맛난 꽃게탕 국물에 겟살과 알을 드시게 하였다. 조금 드시더니 좀 나아지신 것 같다.

 

오래만에 나왔기에 이번에는 강화대교를 건너 외포리까지 왔던 길이 아닌 동막 해수욕장이 있는 해변 길을 따라 얌전하게 차를 몰았다. 도로변에 노란 꽃이 활짝 피어있는 것이 예쁘지만 어머니는 아무 말씀 안하시고 눈을 감고 계신 것이 아직 속이 좋지 않으신 것 같다.

어머니 속을 풀어드려고 동막해수욕장에서 차를 멈추고 소나무 아래 나무 벤치로 어머니를 모셨다. 딸의 손을 잡고 가는 어머니의 뒷 모습을 보니 소나무가 휜 것 처럼 어머님 허리도 앞으로 옆으로 굽어진 것을 보니 가슴이 찡해진다. 사람이 나이 먹으면 다 저렇게 늙고 힘이 없어지는 생로병사의 마지막 무대에 서게된다. 가실 날을 세고 계시는 우리 어머니, 지금은 병들지 않고 건강하시니까 오래오래 사실 수 있습니다. 100세 넘어 사실테니 좋은 일만 생각하시면서 건강하게 사세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 그리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