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전에 울산항을 출발한 선박이 도착하는 날자와 시간을 확인하여 로텔담 항구로 차를 몰고갔다. 날씨가 으시시한 날이였다. 큰 화물선들이 정박하는 부두까지 나가 가까워지는 배를 바라보는 순간 감격스러웠다. 배는 서서히 부두에 접근하고 드디어 정박하는 것을 보고 우리 일행은 회사로 돌아왔다. 모레쯤은 통관된 부품 콘테이너가 회사로 도착하겠지... 이곳에 와서 딜러 후보들을 만나 조사하고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여 작성한 이니셜 부품이 발주한 것이 네덜란드에 도착했다.
앞으로 우리가 들여온 부품 재고의 효용성이 얼마나 적중할지는 모르지만 흥분되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단는 완성차가 도착하기 전에 부품이 먼저 도착했다는 것은 그동안 대리와 나 둘이서 밤잠 안자고 일한 결과다. 물론 본사에서도 선적 작업을 우선순위로 해준 덕이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딜러에게 기초재고로 할당해서 발송하는 작업이다. 물론 거저 주는 것이 아니고 다 돈을 선취하고 보내준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추천하는 부품을 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은 재고 비용 부담이고, 둘째는 우리가 선정한 품목들이 과연 단기에 수요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였다. 딜러들을 설득해야 했다. 원래 네덜란드 사람들은 검소하고 소금같이 짜기로 유명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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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생활에서 검소한 사람들이 사업하는데 비용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결국은 가격을 할인해주고, 품목을 일부 조정하고 결제조건을 완화해서 딜러에 초도 부품을 떠넘기는데 성공했다. 만약에 이들이 부품을 비축하지 않는다면 현지 법인이 재고 비용을 모두 떠안아야 하며, 만약에 긴급 부품 소요가 발생하는 경우에 당장 부품이 조달된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딜러한테 부품을 비축시켜야 했다.
이어 계절은 바뀌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1978년 겨울은 유난히도 눈과 비가 많았다. 특히 본격적으로 눈이 오기 시작하면 그칠줄 모르고 눈이 내렸다. 켈레비젼 방송에서는 계속 악천후(슬레흐트 뵈르)라는 자막과 함께 일기예보를 했다. 이런 악천후가 계속되고 있는데 현지에서 판매할 포니 세단 완성차가 도착했다. 역시 로텔담 항구에 입항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자동차 같지도 않은 차를 유럽에서 판매하겠다고 용감하게 진출한 것은 문자그대로 겁없이 대는 것이다. 디자인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외관의 품질을 보면 유럽 산 자종차와 우리 차와 차이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일본산 자동차와도 차이를 보인다. 그래도 우리는 처음 도착한 우리 차를 보고 또 다시 감격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역사상 처음 있는 사건이다. 국내 신문에 나올 만한 기사꺼리로 충분했지만 어떻게 했는지 지금 기억이 안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