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장항은 조그만 재래시장으로 5일장이 열렸다. 그들이 먹을 음식자재가 있을 리 없으니 매주 한번씩 군산 공군기지로 가서 물품을 구입했다. 군산으로 강을 건너 갈때는 지프를 배에 싣고 내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였다. 미군 공군 PX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일이 끝나면 배를 타고 장항으로 다시 돌아온다. 크지 않은 배는 승객 위주의 구조였기 때문에 배 앞부분에 작은 갑판에 지프를 싣는 것은 지금 생각에도 아슬아슬 했다.
금강하구는 간만의 차이가 9 미터가 넘게 컸기 때문에 군산과 장항 부두에는 대형 선박 정박용 부잔교(浮棧橋)가 있었다. 이런 부잔교에는 언제나 외국 대형 화불선박들이 정박하고 있어 일반 여객용 도선에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밀물과 썰물에 수위가 변하므로 경사지게 만든 접안시설은 승객들이 오르 내릴때 경사진 선착장으로 뛰어 오르고 내렸다. 이런 선착장과 배의 갑판사이 틈새를 널판지로 건널 목을 깔아 그 좁은 널판지 위로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도록 하여 배를 오르고 내렸다.
하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 선착장에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배의 갑판위에 그들의 지프가 있는 것을 보았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기회다 싶어 배에 타자마자 이들 앞으로 가서 말을 걸었다. 처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헬로' 아니면 '굿 아프터 눈'이었을 것이다. 제련소 기술고문인 남편은 헐리우드 영화배우 '리 마빈 ' 같이 흰 머리에 무뚝뚝한 인상이었다. 부인되는 분은 미인이었다. 이들은 차를 타고 어디 갈때는 털이 길고 색갈이 누렇고 흰 예쁜 얼룩 강아지를 꼭 가슴에 안고 데리고 다녔다.
그들에게 다가간 나와 단짝 친구는 이름을 말하고 만나서 반갑다는 둥 말도 안되는 영어를 제멋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몇마디 하지도 못했는데 배는 벌써 장항 선착장에 도착해서 나중에 기회 있으면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며 차를 몰고 떠나는 차에 나 혼자서 손을 흔들었다.
이들과 처음 몇마디 한 것이 어찌나 신기했던지 가슴이 방망이 질 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들이 알아 들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아마 대충 짐작해서 우리가 한 말을 해석하지 않았을까 한다.
두어 주일 후엔가 군산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노부부와 같은 배를 탔다. 그들은 한 주일 분 생필품을 차에 가득 싣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와 내 친구는 용기를 내서 차에 다가가 인사를 했다. 나는 숫기가 좀 없는 편이었다. 나는 중학교 3년동안 그리고 고 2학년이 될 때까지 5년 동안 배운 영어단어를 총 동원해서 되지도 안는 말로 그 할머니에게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드디어 올렸습니다. 상당한 미인이시지요?>
to be revised and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