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7일 월요일

Once upon a time 13 <존재하지 않는 플라이트 예약>

있지도 않은 플라이트 예약

다음 행선지로 카메룬으로 가라는 본사에서 텔릭스가 내 방으로 전달되었다. 그 당시에 호텔 통신실에 텔렉스가 있고 텔렉스실에는 호텔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텔렉스 송신을 위해 항상 문전 성시였다. 서울에서 출국 전에 예약한 비행 스케쥴을 바꾸고 새로 항공편 예약을 위해 호텔에 있는 항공사 에이전트에서 카메룬의 두알라를 거쳐 수도 야운데를 갔다 오는 왕복 비행편을 예약하고 비행기 표를 받았다. 카메룬 수도 야운데까지 직항이 없었다. 두알라에서 환승해야 했다.수수료를 요구해 5달러를 지불했다. 비행기표를 사면서 수수료 내는가 생각했지만 나도 해외여행 경험도 없는 촛자여서 그냥 달라는 대로 주었다.

이틀 후, 라고스 공항에서 야운데로 가기 위해 두알라 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시간을 길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것만은 확실히 기억난다. 두알라에서 야운데 까지 불과 45분 비행거리인 비행기를 타려고 나는 두알라 공항에서 무려 여섯 시간 넘게 기다렸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은 항공편의 결항, 지연, 연발 등등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수없이 벌어진다. 아무튼,  무더운 두알라 공항에서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야운데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에선 카메룬 대리점 사장이 마중 나왔다. 놀랐다. 지금까지 공항에 나온 대리점 사장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카메룬은 국토의 절반은 프랑스 식민지, 나머지 절반은 영국의 식민지였었다. 호텔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 시간을 얻어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살 것 같았다. 대리점 직원이 차를 대기시켜 놓고 기다렸다. 나는 대리점에 가는 길에 에이전트에 먼저 들려 라고스에 돌아가는 비행편을 리 컨펌(재 확인)해야겠다고 에이전트를 먼저 가자고 직원에게 부탁했다.

예약된 항공사 에이전트를 찾아가 이틀 후의 라고스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컨펌해 달라고 말하자 비행편 책자를 한참 동안 들춰보더니 야운데- 두알라는 노 프로블럼인데 두알라-라고스는 그런 비행편이 없다고 한다. 아니,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모레 떠나는 라고스 비행편을 찾아 예약해달라고 부탁하고 대리점에 가서 일을 봤다.

이곳도 부품공급에 대한 불만은 앞에 방문했던 대리점과 거의 같았다. 선적 지연에 도착한 부품 포장을 열고 보면 과부족 또는 파손된 부품이 수두록 하고 도대체 필요한 부품은 공급이 안 되고 항상 백오더로 남아 있다고 불평을 한다. 하지만, 이 흑인 노인은 상대방 기분을 배려하면서 얘기했다.

다음 날은 출장 본연의 일은 대강 끝내고 라고스로 돌아가는 비행편 예약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것이 우선이었다. 결국, 예정했던 날에는 비행편이 없고 그나마 그 다음 날에 하나 있는데 이미 좌석은 모두 예약이 되어 빈자리가 없다고 한다. 일단 야운데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두알라 까지 나가서 라고스행 비행편을 찾아야겠다고 결정하고 두알라로 나갔다.

공항에 도착하자 항공사를 찾아가 다음 날 떠나는 라고스행 비행편을 예약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두 좌석이 팔려서 빈자리가 없다고 했다. 이미 오버부킹이 돼서 웨이팅 리스트에 올려봤자 소용없다고 했다.  공항 근처에 정말 우습게 생긴 호텔을 잡았다. 비행편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 버린 것이다. 다음날 새벽에 무작정 공항에 나가 어제 찾아갔던 항공사 에이전트를 찾아가 책임자를 만나 사정 이야기를 했다. 뇌물(?)로 마르보로 담배 열 갑이 든 박스 두 개를 넘겨주었다.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사무실 창 밖에 그 사람이 보이는 데 자리 잡고 눈이 마주칠 수 있게 앉아 마냥 기다렸다. 이 사람은 내가 딱해 보였던지 기다려 보라는 눈짓이 전해왔다.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런 곡절 끝에 나는 다음 날이 돼서야 겨우 자릴 잡고 라고스에 돌아왔다. 하루를 더 머물게 된 것이다.이 사건 이후로는 여행사에서 예약해주는 비행편을 믿지 않고 내 눈으로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기억이 나는대로 수정해가며 써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