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 물고기 많이 잡았오?
한심한 얘기는 집어치우고 웃기는 얘기 하나 해야겠다. 이 사람은 정말로 성격이 별났다. 언제나 도전적이고 겁이 없어 보였다. 어찌 보면 세일즈 맨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은 잘 갖춘 인물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주말이면 현지 모든 기업체가 문을 닫기 때문에 우리도 주말은 원 없이 노는 기다려지는 그런 날이다.
리마에서 한 시간쯤 차를 몰고 가면 태평양 해안에 조그만 어촌이 있다. 해안의 모래 언덕은 수천수만 년 동안 바닷새들이 쉬었다가 가는 곳이라 새똥이 하얗게 싸여있다. 멀리서 보면 꼭 눈에 덮여 있는 자그만 봉우리 같다. 새똥을 파보면 쌓인 깊이가 수십 미터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오랫동안 싸인 새똥 무덤이다. 새똥을 파서 외국에 수출한다고 한다. 비료원료가 되는 것이다. 유기농 비료이다. 페루 앞바다가 세계 삼대 어장 중 하나이니 바닷새가 많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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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그곳까지 차를 몰고 가서 돈 몇 푼을 주고 조그만 전마선을 빌린다. 삼십여 분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 고기를 낚는다. 낚싯줄을 잡고 바닷물에 집어넣는다. 낚싯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줄을 잡고 물에 집어넣으면 된다. 낚싯줄을 내리자마자 손끝에 파르르 하고 감이 온다. 집어넣자마자 고기가 걸린 것이다. 그렇게 올린 고기는 고등어였다. 수 없이 걷어 올리는 게 모두 고단백질 고등어, 등푸른 생선이었다. 무지하게 잡힌다. 네 사람이 한 시간가량 잡았을까? 50리터 크기의 쓰레기 봉지 만한 마대자루에 가득 잡았다. 백 마리는 넘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신나는 일이었다.
우리가 고등어를 비닐 부대에 가득 채우고 정박하기 위해 안벽으로 돌아오는데 우리와 똑 같이 생긴 사람들이 고기 잡으러 온 것을 보았다. 행색을 보니 북한사람이었다. "동무들 많이 잡았소?" 하고 Y 부장이 말을 걸었다. 그 사람들이 말을 우물우물하자 "뭣하러 왓시요?" 하고 상대 방을 긁는다. 자기들 농담하는 줄 알고 반응이 금방 독을 품고 돌아 온다. "쓸데없는 소리 말라요."
우리가 잡은 생선은 단골로 다니던 일본 식당에 갖다 주었다. 팔지도 못하고 그냥 다 주었지만, 그 일본 식당 주인은 우리만 보면 음식 값 박아지 씌우는 궁리만 하는지 김치찌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니 값을 엄청나게 받은 기억이 난다. 웃으면서 서비스 하는 것 같지만, 그들의 음흉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남북 대결
한번은 볼리비아에 출장 갔다 페루로 돌아올 때였다. 페루에만 죽치고 있을 수가 없다. 중남미 지역책임자로 처음 방문하는 나라도 있지만, 사업계획을 수정 협의하러 가는 때도 있다. 이런저런 목적으로 대리점을 방문하였다. 볼리비아 산타크로스에서 출발해 페루 수도 리마 국제공항에 도착했는데 마침 같은 비행기로 북한의 고위 공무원이 리마에 왔다. 높은 사람을 모시러 북한 공관에서 몰고 온 벤즈 승용차가 바로 우리 포니 앞에 범퍼가 맞닿을 정도로 붙어 주차되어 있었다. 우리가 출발하려면 앞차가 차를 뺄만한 거리를 만들어 주어야 우리 차가 출발할 수 있었다.
시간이 있었던지 페루에서 원치 않는 합류를 하게된 Y 부장이 차에 오르자마자 경적을 울리면서 차를 빼라고 성화를 한다. 북한 공무원이 타고 갈 차인 줄 알고 일부러 시비를 건 것이다. 북측의 고위 공무원은 여자였다. 사실 이렇게 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지만, 그는 북한 공무원 그것도 여자한테 무례한 행동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소위 말해 엿먹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계속 빵빵대며 경적을 울리자 외교 번호판을 단 벤즈 운전기사인 듯한 사람이 짜증 난다는 듯이 "야, 좀 기다리라우. 당신네가 뒤로 빼야 우리가 나갈 거 아니가?" 하고 소리쳤다. 이 말을 들은 Y 부장은 "이 새끼들!" 하며 우리 앞으로 나가는 그들의 벤즈를 쫓아가면서 양팔로 엿 먹으라는 쑥떡을 운전석 윈도우를 열고 그들을 향해서 계속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이런 행동을 보고 민망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싸움을 걸었다. 그러기를 오 분 가량했을까? 벤즈는 속도를 내더니 앞을 휭하니 내질러 우리 시야에서 사라졌다. 별놈 다봤다고 하며 피했을 것 같지 않은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