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5일 금요일

Once upon a time 21 <그리스>

그리스

신화의 나라 유적이 가득한 그리스,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 도착했다. 근대 올림픽의 발상지답게 그리스  항공사 올림픽 에어라인스 를 타고 왔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대리점 직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림픽 에어라인스는 선박 왕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오나시스가 소유한 회사다. 그는 한국에서는 선박 왕으로 보다는 재클린 케네디의 두 번째 남편으로 더 많이 알려졌던 인물이다. 그리스는 현대자동차가 수출 초기에 개척한 시장 중에 유럽에 가장 가까운 나라였다.  당시 유럽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우리 포니가 유럽의 까다로운 안전과 배출가스 규정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사에서 아프리카 출장 중인 나를 그리스로 급히 가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이곳에서도 불만이 많아 현장에서 사실을 조사 확인해 보라는 밋션을 받은 것이다. 당시 그리스 대리점 사장의 이름은 카피치나스(이미 작고), 혼자 사는 홀아비 노인이었다. 한쪽 다리는 의족으로 걸음을 걸을 때는 불편해 보였다. 할아버지 같은 인자한 얼굴이었지만 회의할 때는 책상을 손으로 두드리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래도 먼 길에서 온 손님이라고 저녁식사를 초대해 이것저것 먹어보라며 손수 내 접시에 음식을 얹어주기도 했다. 그는 그 후에도 나한테는 각별한 호의를 보여주었다.

대리점에 도착하자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다음 회의를 시작할 참이었다. 회의장에 자리 잡은 나는 긴장되었다. 회의시작 하기 전에 다과를 내놓고 직원들과  잠시 담소를 하였다. 이 나라 전통주인 우조도 내놓고 마셔보라고 한다. 우리 소주같이 맑은 술인데 물을 타면 뿌옇게 변한다. 맛은 별로였다. 아무리 먼 길에서 온 손님이지만 비지니스 회의를 하는데 술을 마셔보라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는 지중해성 기후로 날씨는 일 년 내 쾌청하고 여름 같다. 쨍쨍한 한낮에는 일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씨에스터라고하는 낮잠 자는 시간이 있었다. 이 시간에는 개인 상점, 관공서, 회사 모두가 문을 걸어 잠그고 직원들은 퇴근하여 집에서 낮잠을 즐긴 다음 오후 세 시쯤 다시 문을 연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는가 했더니 서류를 주섬주섬 챙기고 일어난다. 나는 당황했지만, 낮잠 자러 퇴근한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누가 뭐래도 이 나라 풍습대로 하니 고용주 입장에서는 답답할지 모르지만,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퇴근한다. 종업원들하고 똑같이 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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