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장항제련소 직원들이 사는 사택에서 살고 있었다. 남편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에 집에 남아있는 부인은 아까운 시간을 사람들을 집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데 쓰고 있었다. 거기에 내가 영광스럽게 낀 것이다. 영어 학습에 참여했던 어른들은 조그만 시골인 장항의 읍장, 경찰서장, 세무서장, 의원 원장, 교회 목사님 등 장항읍에서는 유명 인사들이었고 이들 사이에 두 고등학생이 끼게 된 것이다.
처음 우리가 그분의 그룹 개인교습에 참석하기 시작한 때는 겨울이었다. 수업 시작하는 첫날 나는 친구와 함께 그 집 현관 밖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서 현관문을 열어줄때 까지 기다리는 짧은 순간 두려움과 설레임이 섞인 그런 느낌이었다. 가슴이 쾅쾅 울릴 정도로 뛰었다. 현관문이 열렸다. 이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가 열고 들어오라며 친절히 안내했다.
현관에 들어서자 따듯한 온기에 알 수 없는 근사한 냄새가 방안에 가득 퍼져 있었다. 뭔지 모르지만 맛이 있는 냄새였다. 응접실에는 한쪽벽에는 서가에 많은 책이 꽂혀있고 책상이 그리고 'L'자로 벽 가까이에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응접실 가운데에는 난로가 방안을 따듯하게 해주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따듯하고 포근한 방안 분위기였다.
영어 교실로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