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30일 목요일

Once upon a time 14 <라이베리아>

라이베리아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 경험한 이야기 하나. 이곳도 나 홀로 처음 찾아온 곳이다. 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으나 마중 나온 사람이 없었다. 대신 공항에서 돈벌이 하기위해 나온 아이들이 새까맣게 나를 에워싸고  "바가지" 하면서 밀착하려 든다. 짐(배기쥐)을 들어주겠다고 하는 말이지만 이들한테 짐을 맡기는 순간 그 짐은 영영 주인한테 돌아오지 않는다는 귀띰을 들은 일이있다. 흑인 아이들은 전부 똑같아 보여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 하니 짐을 맞겨도 누구한테 맡겼는 지 모르니까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택시를 잡았다.

택시 잡는 것도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공항에서 몬로비아 시내로 가는 도로는 완전 밀림을 통과하고 있었다. 혹시 택시운전사가 도중에 돈을 빼앗고 나를 숲 속에 버리면 쥐도 새도 모를 텐데 어쩌나! 겁이 덜컥 났다. 왜 그렇게 시내까지 가는 길이 멀었던지, 아무리 가도 밀림 속이다. 1978년에 가보고 그 후로는 한 번도 가 본 일이 없어서 이마 지금은 개발이다 뭐다 해서 그 훌륭한 밀림도 다 베어 없애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공항에서 몬로비아까지는 한 시간 가까이 달린 것 같다. 실제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지만,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택시 기사는 나를 시내 호텔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었다. 미안하고 죄 지은 것 같아 기사에게 팁을 두둑히 주고 나 자신에게 변명을 했다. 의심해서 미안하다.

대리점이 어느 호텔을 잡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호텔이 있어 그냥 그 호텔 앞에 세워달라고 했다. 호텔이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호텔이 아니고 그야말로 아프리카스러운 호텔이었다. 체킨을 하고 방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피곤을 풀 참이었는데 문에 노크소리가 들린다. 문구멍으로 보니 하얀 가운을 입은 흑인 여자가 서 있다. 직원인가 보다고 문을 열어 주었다. 이 여자는 손에 흰 서류 같은 것을 들고 한 손에는 볼펜을 들고 있었다. 밉상은 아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지금 체킨했느냐, 방이 어떠냐, 며칠 있을 거냐는 둥 질문을 하며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 앞 의자에 앉더니 덥다면서 단추를 풀고 자기 가슴을 풀어헤치더니 다리를 벌리고 그 은밀한 곳을 나한테 보여주며 자기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린다.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얘가 나를 유혹하는 구나 생각하고, 대뜸 그 여자를 쫓아냈지만, 기분이 묘했다. 알고 보니 창녀가 호텔 직원의 묵인 아래 일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후에 내 말을 들은 사람이 아프리카에 다니다 보면 이런 일이 가끔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여자 건드렸다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호텔 후론트 데스크에 신고하고 쫓아내는 게 상책이 아닐까?  잘 못하면 귀중품을 도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vi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