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종합상사 -1
1970년대 우리나라 종합상사 중 하나인 주식회사 쌍용은 현대자동차 대리점권을 획득하여 포니 자동차를 가봉으로 수입해 판매하고 있었다. 쌍용이 가봉의 수도 르브레빌에 백화점을 지어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르브레빌에서는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제법 높았고, 남한보다 북한과 국교를 먼저 맺었만, 친한 파들도 꽤 많았다고 한다. 한국의 주요 기업이 투자하여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남한보다 일찍 수교를 한 북한의 영향을 받았던 가봉에 한국의 진출은 일종의 모험이었을 만도 하다. 가봉의 국경일에 맞춰 북한의 김일성은 수십만 개의 봉고 대통령 뱃지를 무상공급해 북한에서 하는 것처럼 사람들한테 가슴에 달고 다니도록 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김일성이 국민으로부터 숭앙을 받는 요령을 가르쳐주려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뱃지를 달고 다니는 가봉 사람은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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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이나 광장에는 봉고 대통령의 동상이 많이 세워져 있었다. 그만큼 독재정치를 하면서도 북한과 같은 국민을 학대하는 정치는 아니었던 것 같다. 적도 지방인 이 나라는 한낮 기온은 살인적이었다. 대신 열대지방 특유의 과일 등이 풍부해서 먹고 사는 데는 북한보다는 낫지 않았겠는가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보았다.
가봉에서 한국에서 파견된 쌍용 주재원들과 현안을 가지고 회의를 했다. 가봉 대리점의 실적은 만족스럽지 못 했다. 일 년 수입해 가는 포니는 고작 300대가 안 되었다. 현지 판매도 부진하기 짝이 없었다. 이들은 다른 이웃나라의 대리점과 같이 불만이 있어겠지만 함부로 대들지 않았다. 괜히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출장 온 사람한테 현지 문제를 주재원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라도 할까 봐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본질적인 문제는 제품에도 있지만, 자동차 수입 대리점으로서 기본 시설이나 조직, 경험과 능력있는 인재 그리고 마케팅 전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서 방문한 모든 대리점이 그랬듯이 우리 차 포니를 수입 판매하는 대리점이 자국 시장에서 어떤 포지션닝을 할 것인지, 제품 홍보나, 광고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밑그림이 없었다. 그냥 차를 수입해서 쇼룸에 놓고 차를 보러오는 사람한테 차를 보여주고 광고도 그냥 포니는 차 이름이다 정도였다. 어떤 차 경쟁차 비교해서 강점을 부각시키며 어떻다던가 하는 차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위와 같은 문제는 현대자동차가 설정하여 대리점에 전파시키고 교육을 시켜야 할 사항이다.
사실 이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 나는 부품만 관여하면 되는 것이지만,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지적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좋다고 했다. 여러 차례 본사에 건의했지만 비용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본사에 건의할 건더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고맙다고 했다. 그날 저녁 나는 그들로부터 저녁 식사 대접을 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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