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열한 달동안 하루는 하루 같이, 한 주일이 한 주일 같이 지나는 것 같더니 열한 달을 보내고 12월 마지막 달로 들어서니 지난 열한 달이 쏜살 같이 지났음을 깨닫게 된다. 연초에 올해는 이건 꼭 해야겠다고 계획했던 것을 되돌아 보니 별로 이룬 일이 없음에 허탈한 마음만 가득하다.
작년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일이 있다. 잔잔한 영화였다. 제목이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 (Bucket List)였던 거 같다. 백인 백만장자와 가난하지만 성품이 곧은 흑인이 우연히 한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그들은 의사로 부터 죽을 병이 걸린 것을 알게된다. 백만장자 백인은 지금까지 평생 사업을 키우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일만 하고 살았는데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을 싫것하고나 죽자고 같은 입원실에 있는 흑인을 꼬신다.
이들은 친구가 되어 하고 싶은 것들을 노란 종이에 죽~ 적어 내려간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하고 싶은 것 다 해보자며 세계일주 여행을 떠난다. 죽을 병도 다 잊고 하루하루를 더이상 재미있을 수 없을 정도로 신나게 지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이 뭔가를 노트에 적어 보았다. 대단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들이다. 아주 사소한 것들... 뭐 못할 것도 없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다 아직 하고싶은 것을 못하고 있음을 보고 아쉬움을 가슴에 안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생각만 하지 말고 생각했던 것을 지금 시행하라는 강한 메씨지가 가슴을 때린다.
이제 2009년의 마지막 달이다. 한 달후면 2010년이다. 서양에서는 새로운 십년(decade)이라고 야단 법석을 떤다. 앞으로의 10년은 나한테는 내 인생을 마무리해야 하는 어느때 보다도 귀한 시간이다. 단 하루도 허비할 수 없는 기간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살고 싶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Bucket List에는 적어 놓았던 것을 다시 열어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