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3일 월요일

모처럼 즐거웠던 연휴

아직도 우리나라 풍습으로는 양력으로 쇠는 설은 우리한테는 설 같지가 않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일반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주는 짧은 2-3일간의 신년 휴무가 다인 것 같다. 형식적인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라는 덕담과 이제는 점차 없어져 가는 풍습 중 하나인 연하장으로 새해 기분을 내는 것 뿐이다.

 

나도 이제 현직을 퇴임하고 은퇴생활을 시작한지 만 4년에 접어 들었다. 이제 쉬고 노는 것도 이골이 난 것 같다. 무료하다 할 것 없이 나름 소일꺼리도 찾아 나서고 있다. 외국에서 더러 기업체 소개나 신사업 희망자 소개를 의뢰해오면 연결해주는 일을 하며 그동안 건강관리를 위한 등산과 해외 명산 트레킹도 여러차례 했기 때문에 제법 관록도 쌓은 편이다. 최근에는 더 나이먹어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를 대비해 자전거를 탈까하는 생각도 해보고 사진 촬영하는 것도 배우기 시작했지만, 옛날 같은 새로운 취미에 흠뻑 빠져들지는 않게된다.

그런데 이번 연휴에는 오래만에 집안에서 어린 아이 목소리를 들으면서 며칠간을 꿈같은 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다. 독일에서 근무하는 아들네 식구가 연말 휴가로 잠시 집에 와서 같이 머무는 동안 손자녀석의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또 출가한 딸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이를 작년 11월 12일에 낳아 외손주가 생겼다. 이제 50 여일이 지난 간난 아이의 옹아리를 들으면서 신생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손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생각도 하게 된다.

 

이렇게 꿈같이 지낸 며칠이 지나고 아들네 식구가 다시 독일로 돌아가면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허전함을 느끼면서 지내겠지...  아주 오래된 영화 대부 1편에서 마지막 장면 생각이 난다. 은퇴한 암흑가의 대부 말론 브란도가 한 어린아이의 할아버지로써 집앞 옥수수 밭에서 어린 손자와 놀아주는 모습에 나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