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현지 조사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당시까지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차종을 보면 미국 빅 쓰리, 독일의 폭스바겐 등 현지 조립 생산되는 차종은 이미 본국에서는 능질도 좋지 않아 현지 소비자들의 불만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는 차를 보고, 우리 나름대로 자신을 갖게 되었다. 우리차가 훨씬 나아보였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리점 교체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페이스리프트되는 액센트가 제때 개발만 되었어도 브라질의 두번째 대리점이 엄청난 빚을 지고 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현대자동차도 브라질 시장에서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지는 읺았을 것이다.
브라질의 두번째 대리점의 오우너 이름은 레지날도 레지노였다. 얼굴 가득 덥수룩한 수염은 호남형이면서도 목소리가 큰 사람이었다.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본사에서 지연되는 브라질 사양 개발과 이에 따른 선적지연으로 현대자동차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만도 한데 현대자동차에는 그냥 선적이 빨리되었으면 좋겠다는 정도로 인내하고 있었다. 그 엄청난 자금난을 혼자 감당하면서 고통을 홀로 삭인 것은 도량이 큰 것인지 바보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만약에 이런 일이 미국의 사업자와 벌여졌다면 현대자동차는 엄청난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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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지노를 수 없이 만났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물색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높은 관세장벽을 넘는 길은 현지 생산밖에는 다는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브라질이 그 동안 경제파탄에서 국가부도까지 내는 경험이 있는 나라지만, 인구가 1억 5천만이나 되고 자원이 풍부한 나라이기 때문에 잠재력을 충분하다고 봤다. 또한 남미 4개국 즉, 브라질, 알젠틴, 파라과이, 우루과이가 메르코수르(MERCOSUR)라는 경제 블록을 형성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현지생산 밖에는 다른 수가 없다고 믿었다.
1994년 완성차에 대한 엄청난 수입관세로 레지노는 현지 조립생산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현지에서 생산하면 국산차로 분류되어 높은 관세장벽을 피할 수있고 관세차이로 그동안 손해본 것을 상쇄하고 이익도 낼 수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물류비용과 한 달이 넘는 운송기간도 해결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때 기아자동차 소유인 아세아 자동차는 경차 미니 밴 타우너로 재미를 보고 있었다. A 클라스 그룹으로 수요도 많았지만, 타우너로 현지 개발한 부품으로 차를 개조하여 영세 사업자들이 개인 사업을 할 수 있는 핫도그 차로 판매하여 재미를 보고 있었다. 더 나아가 브라질 중앙정부로 부터 현지생산 허가(프로토컬)를 받아 관세 감면으로 우리가 누리지 못하는 특혜를 톡톡히 받고 있었다. 현지생산 계획 물량 만큼 관세를 감면 받고 있었다. 이들이 일년에 이 만대를 수입 판매하고 있을 때 우리는 2천 여대를 겨우 판매하는자존심 상하는 실적을 보였다.
나는 브라질에서 완성차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신념을 더욱 굳게 다졌다. 현지 생산만이 완성차에 대한 높은 관세장벽을 넘을 수 있고, 지리적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과다한 물류비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96년에는 더욱 사태가 악화 되었고 현지 대리점은 이 일에 목을 매고 있었다. 현지 부두에 하역된 자동차는 관세납부를 미룬체 몇달씩 방치될 수 밖에 없었다. 엄청난 관세를 지불하고는 가격경쟁력이 없어 판매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방치할 수 만도 없다. 부두 사용료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언젠가는 경매로 다빼았길지도 모른다. 이렇게 치솟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대리점은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야만 했기 때문에 하루 빨리 현대자동차 본사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 호소하고 있었다. 현지에 자동차 생산공장 설립을 결정해 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나도 현지 생산의 필요성과 사업의 가능성을 최고 경영진에 보고하기 위해서 이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회사 차원에서 프로젝트화를 얻어내지는 못 했지만 해외영업본부내에서는 이미 컨센서스가 이루어져 있었다. 현지 대리점 사장인 레지노는 브라질리아 중앙 부처에 찾아가 현대자동차의 현지 생산을 위한 투자의 의지가 있음을 전달하고, 어떻게 하면 프로토컬 (현지생산허가)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었다. 아직 본사에서는 현지 생산공장 설립 투자 논의도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나는 나름대로 추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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