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0일 일요일

실크로드에서 만난 어느 시인

지난 5월 열흘의 실크로드 여행 동안 같은 팀에 어느 시인과 조우하게 된다. 그는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보이는 머리가 숱이 적은 흰머리에 덥후룩한 수염이 얼굴을 덮고 있었다. 여행 내내 카메라에서 손을 떼지 않고 쉴 틈이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에 끌려 나는그에게 접근한다. 사진 좀 배우자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시인 홍 순갑 선생이었다.  

그는 밥 먹고 자는 시간 빼면 담배 피우지 않으면 뷰-파인더에 바짝 눈을 붙이고 셔터를 눌러댄다.

 

그는 귀국 후에 자신이 찍은 사진 300 여장을 CD에 담아 그의 시집 "깊이 들여다 보다가" 와 함께 나에게 소포로 보내왔다. 

 

그리고 어제 새로 지은 시를 이메일로 보내왔다. 그의 양해를 얻어 보내준 사진을 내 마음대로 골라 여기에 몇 작품을 올린다.

 

이 페이지에서 유일하게 내가 찍은 사진. 내가 봐도 잘 찍었다. ㅋㅋ

 서안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진시황릉 유물 중에서 내눈에 제일 좋아 보이는 것을 골라보면..

돈황산장에서 가까운 모래 언덕이 신비롭다. 어찌나 모래가 가는지 밀가루 같다.

습기라고는 전혀 없는 모래사막에 고목이... 얼마 전까지도 모질게 살았겠지만 결국 악조건을 이기지 못하고..

 

낙타의 고통. 코에 막대기로 구멍을 뚫어 인간에게 복종하게 만들었다. 인간의 잔인함이..

홍 순갑 시인은 사람의 표정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아래는 홍 순갑 시인이 실크로드에 다녀온 후에 지은 최신작 시를 어제 나에게 보내주었다.

제목: 고비사막에 부는 바람

작가: 시인 홍 순갑

 

불타오르는 황량한 사막 위에 서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너라고 부를 수 없는 절대의 시공은 너무도 광활해서 심야의 사막횡단열차 차창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칠흑 풍경 끝에 초록 오아시스에 당도하였을 때는 갑작스레 어둠이 사라졌지

 

솟아오르는 햇살을 받으며 생의 절벽을 딛고 아슬아슬 천 년 전 석벽에 매달려 불상을 새기든 당신이 외로운 낙타를 빌려 타고 별빛 따라 사막을 건너는 밤의 골목에서는 바닥없는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어

 

슬픔은 섬광처럼 잔모래를 뿌리며 숨죽인 채 흐느꼈어 찬란한 명사鳴沙의 모래 산이 가는 현의 달빛울음을 우는 사막의 밤은 천불동 석굴 앞에 조그맣게 그러앉아 러와프를 가슴에 안고 사랑을 노래하던 늙은 악사를 닮았지

 

천산天山의 만년설이 그의 이마의 깊은 주름을 타고 흘러흘러 포도덩굴을 무성하게 키워내는 사막은 그 자체가 길 없는 미로야

 

그러니 바람 불 때 떠나야 겠지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스스로 낙타가 되어야 해 슬픔이 만개한 혹을 짊어진 채 커다란 자신의 눈망울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솟구치는 울음이 눈가에 번지지 않게 가시나무 잎을 삼킬 줄도 알아야 해

 

그 자리에 마지막 당신이 있었으면 해 그러면 끝없는 미로를 헤치며 서쪽을 향해 천천히 걸을 수 있을 거야 고비사막에 부는 영혼의 바람을 따라

 

명사산(鳴沙山) : 돈황에 있는 거대한 모래산. 바람이 불 때 현악기 소리를 낸다고 함.

러와프 : 위그르족 전통악기. 기타와 비슷하나 울림통이 작고 현의 길이가 길다.

 

홍순갑 선생은 1949년 충남 연기군 출생. 1990년 <호선문학>으로 등단, 1998년 [빛과 그림자에 대한 명상], 2001년 [저 달을 보라], 2005년 [조용히 빛나는 것을 붉다] 등을 펴냈다.

현재 호서문학 회장.

접사 촬영 사진

한 열흘동안 카메라를 쳐다보지도 않다 어제 양심 가책을 느껴 카메라 먼지를 불어내고는 단지내 화단에서 꽃 접사를 시도해 봤다. 여기 올린 이유는 전과 마찬가지로 여러분들의 전문성있는 평을 듣고 싶어서다. 순수하게 접사로써 뭐가 잘 못되었는지 문제점을 지적해시는 분께 미리 큰 감사를 드린다. 혹독한 평을 더 감사하게 생각할 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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