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8일 월요일

바닥이 보이는 자선 남비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것 같은 느낌을 갖곤 했다.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생각에서일까? 아님 연초에 생각했던 일을 다 이루지 못한 아쉬움일까?

 

일년을 행복하게 지낸 여유있는 사람이나 불행하다고 느끼면서 어렵게 사는 사람한테나 시간은 다 같은 속도로 지나지만, 어렵게 사는 사람들한테는 추위가 부담스럽고 가난이 힘들어 차라리 시간만 빨리 자나기를 바라는 삶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분명 시간이 더 느리게 가는 것 처럼 느낄지도.

 

성탄절을 앞두고 강원도에 갔다 올때는 올해 새로 뚫린 경춘고속도로 이용했다. 새로 개통된 고속도로 답게 부대시설이 잘 되어 있다고 느끼면서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땡그렁 종소리가 들렸다. 그쪽을 돌아보았다. 추운날씨에 빨간 자선남비를 앞에서 종을 울리는 구세군이었다. 주머니에 손에 잡히는 지폐를 몇장 남비에 넣으면서 안을 슬쩍 보았더니 바닥이 보였다. 돈이 몇장 밖에 없다. 집사람이 화장실에서 나오기에 그쪽을 가르켰다. 얼마를 넣고 오라고 ..

 

마침 관광버스에서 사람들이 우루루 내려 화장실을 가면서 그 앞을 지났지만 모두 자선남비를 외면하고 떠들면서 지나가고 있었다. 급하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나오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관광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자선남비를 외면하는 저들을 보며 메말라가는 세태에 가슴이 싸한 게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꼭 큰돈을 원하는 게 아닌 이웃을 배려하는 작은 정성인 것을...

 

사회에서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지 안는 좀 더 훈훈한 분위기가 되었으면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