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6일 금요일

Once upon a time 31<사장 수행 출장>

첫 남미출장을 사장 수행으로

사장님이 페루 리마에 머무는 동안 대리점 후보에 오른 사람이 사장님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대리점 후보의 집은 집 둘레에 높이 삼 미터는 족히 되는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총을 들고 경비하는 사람이 열어주는 큰 대문 안으로 차를 탄 채 들어가자 널따란 정원이 펼쳐진다. 집안으로 들어가 거실에는 파일이 발등을 덮을 정도의 푹신한 카펫이 깔려있다. 참 호화스러웠다. 성북동 사장님 댁에 행사가 있어 한두 번 가봤지만, 그보다 훨씬 크고 호화로운 것을 보고 놀랐다.

페루는 아직 사회주의가 만연해서 국민 대다수는 사회주의자라고 했다. 페루 국민의 90퍼센트가 저소득층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극빈자라는 소리를 들은 일이 있다. 이들은 정부의 보조로 겨우 연명하는 계층이다. 이런 빈곤층이 대다수인 나라에서 이런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빈곤층과의 갈등은 없을까? 그래도 이들은 잘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돈 많은 사람과 돈 없는 사람을 편 가르지 않고, 호화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점이었다.  길거리에는 좌판 위에 별것도 아닌 것을 놓고 장사를 한다. 우리나라 60년대의 상황과 비슷하다. 그나마 이들은 장사하지만 대부분 인디오들은 길거리에서 하릴없이 방황한다. 그리고 틈만 있으면 남의 물건을 훔치던가 소매치기를 일삼는다.  길거리 소매치기는 한자리에 서 있으면 한 시간에 몇 차례를 목격할 수 있을 정도다. 주의하지 않으면 주머니 속에 있는 것도 언제 없어지는지 모르게 남의 물건이 된다.

그 사람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밥만 먹을 수가 없었다. 다그쳐야겠다는 생각에 언제까지 생산 오더를 확정하겠느냐고 물었다. 초기 페루시장에서 현대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초기 마케팅계획을 주말까지 초안이라도 내놓으라고 잘라 말했다. 그 사람은 유태인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 사람들 상술은 워낙 유명하고 잘 알려졌기 때문에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생략하고  좌우지간 우리를 갖고 놀려는 싹을 잘라 버리기로 했다. "나는 예하면 예고 아니만 아니다. 확실히 하자!"고 말하는 것을 사장님에 들었다. 식사끝나고 호텔에 돌아오는 차에서 나한테 말한다. "그래,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고?" 그렇게 다그쳐서 말 듣겠어?라고 하신다. 나는 그뜻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더 세게 밀어부치라는 건지 아니면 달래서 하라는 건지. 그후에 나는 그 유태인을 후보 리스트에서 삭제해버렸다. 다른 사람을 결국 선택한 것이다.

사장님 일행 중남이 경제협력팀은 페루에서 칠레를 거쳐 아르헨티나로 옮겼다. 칠레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칠레 대리점 사장인 마중을 나왔다. 대리점 사장은 깊은 생각 끝에 '본사에서 사장님께서 왕림하시는데 포니로 모실 수 없지 않은가, 큰 차를 가지고 마중 나가야지' 아마 이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입국 절차를 마치고 차가 대기하는 데로 대리점 사장이 안내했다. 사장님은 대기하고 있는 차를 보고 대뜸 화를 내는 것이다.  당시 칠레 대리점은 우리 현대 뿐만 아니고 일본 미쓰비시 대리점도 하고 있었다. 미쓰비시가 생산한 포니보다 큰 차로 모시겠다는 충정을 우리 사장님은 도저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에 타고 호텔로 가는 차안에서 하시는 말씀이 다짜고짜 "대리점 바꿔야겠어." 하신다. 대리점 사장이 우리 말을 못 알아듣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얘기라 생각했는지 내 눈치를 본다. 내가  뭐라겠는가, 그의 눈을 피하고 시침떼는 수 밖에.

to be corrected and revi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