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7일 목요일

Once upon a time 17 <테리부르. 베리 테리부르>

테리부르, 베리 테리부르

시에라 레온은 특별한 추억이 있다. 시에라 레온은 영어로는 라이언 마운틴이라고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이 가르쳐주었다. 사자산. 이곳에 처음 출장으로 - 다른 나라도 다 처음 출장이지만 -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이 나라 수도인 후리타운까지 가는데는 자동차와 배를 이용해야 했다. 후리타운은 공항에서 보았을 때 커다란 강하구 건너편에 있고 자동차로만 가기에는 엄청난 거리를 돌아야 했기 때문에 도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수백 명은 족히 될 승객을 태우고 30여 분 페리로 강을 건너고 있었다. 나 같이 생긴 동양 사람이 나한테 접근하면서 "곤 닛치와" 하며 반갑게 인사를 걸어온다. "쏘리, 아임 어 코리언" 이라고 대답해도 저쪽에서 이어 말을 걸어왔다. 되게 심심했던 모양이다. 영어 발음은 일본인들 특유의 형편 없는 발음으로 계속 뭐라고 이어갔다. 이곳은 몇번 왔었고 전자제품을 파는 세일즈 맨이라며 자기소개를 한다. 상당히 붙임성이 있어 보였다.

우리가 탄 페리가 후리타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그 일본인이 갑자기 "후리타운 이즈 테리부루, 베리 테리부루"라고 했다.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어 "베겨 파든?"하고 물으니 후리타운이 아주 위험한 곳이라는 소리였다. 지난번 출장 왔을 때 길거리에서 노상강도한테 골목 길에 끌려가서 주머니 다 털리고 심지어 벨트까지 빼앗겼다고 말했다. 사실 현대자동차 아프리카 담당 직원도 태권도 유단자였지만 이곳에서 대낮에 대로에서 방망이로 뒤퉁수를 맞고 졸도, 소지품을 몽땅 털린 일이 있다. 나는 일본 친구가 이런 말을 하는 바람에 일 끝나고 시내 구경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는 혼자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을 밤에 구경을 나가기도 했는데 그 말을 듣고는 도저히 혼자 나갈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배가 정박하자 보따리 장사하는 사람들인지 모두 엄청난 크기의 짐을 머리에 얹고 배에서 내리는 모습이 꼭 전쟁 피난민 행색이었다. 나는 공항에서부터 대리점 직원이 동행했기 때문에 안심이 되었지만, 그 일본인은 혼자였다. 어느 호텔에 묵을 거냐고 묻고는 나를 마중 나온 대리점 직원한테 호텔까지 태워 줄 수 없겠냐고 물어 양해를 얻고 호텔까지 태워주었다. 아프리카 시장을 담당하고 있기때문에 아프리카는 거의 안 가본 나라가 없다고 했다. 일본은 이미 수년전 부터 아프리카 시장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면서 시장개척을 해온 것이다.

그래도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일본인 젊은 세일즈맨이 그 영어로 어떻게 의사 통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그 친구와 나는 한동안 안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그의 영어 문장 실력은 나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했다.

1978년 이곳을 딱 한 번 방문하고 30년이 지났지만, 그 후로 나는 한 번도 다시 가보지 못했다.  그동안 얼마나 얼마나 발전했는지 몹시 궁금하다.

corr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