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5일 일요일

Once upon a time 36 <동체 착륙하나?>

동체착륙의 공포

한동안 리마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퍼져 있었다. 큰 지진(빅 뱅)이 온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날짜까지 말하면서 리마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불안했다. 믿을 수도 없고 안 믿기에는 불안한 그런 속사정이었다. 소문만 듣고 다른 나라로 도피성 출장을 할 수도 없는데 칠레로 가야 할 일이 생겼다.

아침에 떠나는 산티아고행 비행기에 올랐다. 남미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항공사들은 비행기의 지연이나 연착 또는 결항은 밥 먹듯 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너무 자주 일어나 항상 불안하다. 내가 탄 비행기는 이미 파산해 없어진 브라니프 항공사였다. 신뢰성이 없기로 유명했던 항공사로 기억이 난다. 그래서 결국 1980년대 초에 파산하고 말았다. 우리 비행기는 이륙했다. 이제 리마에 지진이 나도 걱정 없다는 안도의 숨을 쉬면서 비행기 창밖을 보았다. 불안했던 상황에서 해방된 것이다. 비행기가 고도를 올려가는 중에 캐빈 아래에서 꽝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나가는 여승무원한테 무슨 소리냐고 물어 봤다. 태연하게 아무 일 아니라는 말했다. 나도 그냥 아래 펼쳐지는 경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금 있었을까, 기장으로부터 비행기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 출발지인 리마 국제공항으로 회항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불안했다. 아까 들었던 소리도 있어 랜딩기어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랜딩기어가 고장 나면 동체 착륙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비행기가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도 영화에서 본 일이 있다. 사태가 심각한 것 같다 겁먹고 앉아있는데 승무원들이 승객을 찾아다니면서 승객들에게 필로우를 준다. 가슴에 대고 머리를 숙이고 앉아 있고 안경을 벗으라고 한다. 어떤 승무원은 나한테 구두도 벗으라고 한다. 물어보는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는다.

비행기가 점점 고도가 낮아질수록 곧 착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로  동체착륙을 한다면 분명 비행기는 불이 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모두 불에 타 죽을 것이다. 비행기의 고도가 낮아지고 땅에 가까워지면서 양손은 팔걸이를 붙잡아 올리고 있다. 내리지 말라고 끌어 올린다. 가까워 올수록 오금이 절여온다. 승객들은 모두 눈을 감고 기도를 하던가, 십자가를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 앉아 있다. 모두 새파랗게 질려 눈을 뜨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창밖을 보았다. 앞으로 일분도 남지 않은 것 같다. 점점 땅에 내릴 순간이 다가온다. 차라리 땅에 내리지 말고 이렇게 공중에 떠있을 수는 없을까? 비행기가 땅에 내리는 순간 우리는 죽음이다. 화염에 싸여 뜨거운 줄 도 모르고 바로 죽겠지. 아럴 줄 알았으면 어제 집에 전화니 할걸, 뭐 별 생각이 다 난다. 땅에 닿는 순간 비행기는 폭발하거나 두 동강이 나겠지. 탈출은 가능할까? 어떻게 탈출한다? 문의 위치를 확인하고 몇 발자국 뛰어가면 되는지 머릿속으로 계산도 해본다.

나는 다시 비행기 창밖을 내다보았다. 점차로 땅이 가까워진다. 땅에 닿는 순간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니면 땅에 낳는 순간 비행기는 연료통이 화염에 싸여 폭발할 것인가? 참으로 짧은 순간에 수많은 여러 가지 생각을 그려본다. 비행기 안에 있는 승객이나 승무원 모두가 초긴장 상태다. 완전 공포에 싸여 있다. 이제 비행기가 폭발해서 죽느냐 대지진을 피해 다른 나라로 간다고 좋아하다 다시 페루로 돌아와서 지진으로 죽느냐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보다.

잠시 후 비행기는 완벽한 소프트 랜딩을 했다, 아주 스무스한 착륙으로 모두 손뼉을 치며 옆 사람하고 키스하고 껴안으며 좋아했다. 그리고 모두 환호를 하면서 비행기에서 내렸다. 기장으로부터 테크니컬 문제 때문에 리마 국제공항에 회항한다는 어나운스멘트가 있은 후 약 20분은 20년 같은 긴 시간이었다.
이제 리마에서는 다른 공포 속에서 며칠을 보내야 했지만, 리마에서 만연했던 소문의 지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to be continued when I recall more

댓글 12개:

  1. 정말 큰일 나실뻔 하셨네요.

    심각한 상황인데도 창밖을 내다보신 mark님이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그래도 무사히 착륙해서 천만 다행입니다.

    어디 다니시나 늘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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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래전 일이겠지만 공포의 순간이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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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 얼마나 긴장되고 무서우셨을까요..기술적인 문제를 말해주지 않을걸 보니 정말 문제가 있었다가 해결된것일지도..^^

    무사히 착륙하게 되서 정말 다행이네요..제가 다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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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셨군요...ㅎ

    기류에 동체만 흔들려도 공포감이 밀려 오는데요^^

    암튼 오래전 이야기이니 맘편히 글로 남기실수 있으신거 맞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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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JUYONG PAPA - 2009/07/06 10:24
    정말 힘든 상황이었지요. 문자 그대로 패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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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꿈사냥꾼 - 2009/07/06 11:35
    죽었구나 하는게 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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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미리누리는천국 - 2009/07/06 12:18
    처음 쿵!소리 났을 때 이상하다 했는데 결국.. 그 후로 땅에 발딛고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알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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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세담 - 2009/07/06 12:24
    사람 죽이는 고문 또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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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영화속의 한장면같아요... 전 전화하는 거 별로 안좋아해서 왠만하면 오는 전화만 받고 사는 데 앞으로는 자주자주 주변사람들이랑 전화하고 살아야겠어요...

    이 일 있은후의 얘기가 궁금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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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홍천댁이윤영 - 2009/07/06 16:53
    이웃하고 자주연락하면서 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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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정말 20분이 20년 같으셨겠어요~

    정말 다행이십니다.

    이런말씀 드리긴 좀 그래도 흥미진진한 사건이었습니다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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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nixxa - 2009/07/07 09:38
    정말 아찔했습니다. 두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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