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략? 그게 뭐 하는 거여?
자동차 수출은 시작했지만, 마케팅이나 해외 판매망 구축에 대한 지식이나, 대리점 선정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지 아는 사람은 회사에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자동차에 대한 상품 지식도 미약하니 대리점을 찾아가거나 신규대리점 선정을 위해 상담 능력도 지금 생각하면 보잘 것 없었다.
상대방은 사업하는 비지니스맨이다. 자동차 판매 경험도 우리보다 많다. 적어도 비지니스 노하우는 우리보다 앞섰다고 봐야 한다. 그런 사람하고 경험도 미천한 나한테 상대방을 합리적으로 설득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실전 지식도 교육도 없는 사람들을 무턱대고 출장을 보낸다.
대리점이 내놓은 품질에 대한 불평이나 부품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내 놓아야 하는데 아는 게 없으니 매일 본사에 텔렉스로 묻고 지시받고 하지만 본사도 마찬가지다. 뭐 아는 게 있어야지. 이렇게 시작하여 실전에서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깨달으면서 성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만큼 수업료가 비싸진다.
품질이 경쟁차보다 좋을 것이 없는 포니의 수출은 시작했지만, 이를 보상할 준비가 미비한 상태였다. 소위 말하는 지역담당 직원들이 이런 기본적인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지역담당은 완성차 수출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신시장 진출과 대리점을 지정하는 단계에서 판매, 정비, 부품이 공동으로 점검하고 논의하고 협조할 사항이 많지만, 판매담당이 사전 준비기 부족한 상태에서 완성차 수주와 동시에 대리점권 지정 계약부터 서명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들에게는 주어진 물량 목표 달성이 지상 과제였기 때문에 다른 것을 보지 않았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정비나 부품은 사후 약방문 하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방문하는 나라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정보라고 수집한 것은 겨우 국토면적, 인구, 일 인당 국민소득 정도라고 할까? 자동차에 관한 정보는 주재국 코트라나 공관에서 파악하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당시 코트라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는 수출 품목에 아직 등록도 되지 않은 때였으니까 굳이 자동차 산업 정보가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시장 정보를 기초로 한 상담이 아니고 "몇대 수입해서 몇 대 판매할 것인가?" "몇 대 수입 판매하겠다." "더 하시요." 뭐, 이런 식으로 상담은 진행되었다. 담당자에 따라서는 대리점 후보는 대리점권 획득을 위해 무리한 초도 발주를 함으로 결국, 대리점은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과다한 재고 비용 부담으로 고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대로 한다면 해당 국가의 기본 경제 규모에 더해서 자동차에 대한 각종 통계는 최소한 필요한 요소이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인가 아닌가,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는 얼마나 되는가, 세그멘트별 자동차 보유는 그리고 연간 판매되는 대수는 등등 기초 자료도 없이 일은 저질러진다.
얘기는 계속됩니다.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Anonymous - 2009/04/14 15:22
답글삭제잘 알겠습니다. 그날 보십시다. 그런데 제가 특히 준비할 것이 뭔지 알으켜주시면 좋겠는데.. 괜히 밥이나 먹고 헤어지는 것 보다는 뭔가 생산적인 모멘트가 되도록 돕고 싶네요. 그리고 이메일주소를 여기에 남기지 않은 것은 원치 않는 스팸이 들어올까 봐서 그랬는데....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은 자동차산업에서 기적과 같은일이 벌어진 나라네요.
답글삭제물론 기적이라고 보여지는 표면의 이면에서는 땀과 노력이 얼마나 있었을지 상상이 됩니다.
현재 세계 5, 6위의 자동차 생산국이 될 때까지의 지나온 자욱을 살펴보시면서
관련업계에 계시는 분이니만큼 감회도 깊으실 것 같습니다.
20여년을 외국에서 살다보니, 이민을 나왔던 80년대에는 지구상에 Corea라는 나라가 어디있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Corea가 아니라, 그 안의 회사들 이름을 줄줄 꿰는 사람들도 많아졌으니, 그 반사적인 유익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열심히 일하셨던 선배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Juanpsh - 2009/04/15 00:47
답글삭제한국인들의 무모한 끈기가 오늘을 있게 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더 잘할 수도 있었을 걸 하는 아쉬움도 많답니다. 앞으로 그런 것을 기억을 더듬어 볼려고 합니다. Don Juan의 의견 감사합니다. 자주 오십시요.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