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드골공항 하나밖에 없나?
그리스 입국 비자 때문에 예정에 없던 파리 관광을 하며 주말을 잘 보냈다. 월요일 아침 그리스 영사관에 가 그리스 입국비자를 신청했다. 다음날 화요일에 나온다는 말을 듣고 아테네행 비행편을 예약했다. 여행사 직원은 내가 하는 영어를 들으면서도 죽어라고 불어만 했다.
다음날 나는 비자를 받아 택시를 타고 샤를 드골 공항으로 직행했다. 출발 예정시간보다 훨씬 일찍 공항에 도착했지만 바로 체킨카운터에 비행기 표를 내밀었다. 내 비행기 표를 본 카운터 아가씨가 불어로 뭐라 말하는데. '얼리 뭐 어쩌고저쩌고'하는 것이 너무 '일찍' 왔다고 말하는 것 같아 비행기표를 넘겨받고 의자에 앉아 심심풀이 잡지를 뒤적였다. 시간이 얼마 지나 다시 가서 탑승수속을 해달라고 하자 이 아가씨가 또 뭐라고 한다. 무슨 말인가 묻고 또 묻고 해서 영어 할 줄 아는 아가씨의 도움을 받아 알아들은 얘기는 "당신이 타고 갈 아테네행 비행기는 이 '샤를 드골' 공항이 아니고 '오를리' 공항에 가야한다" 는 얘기였다. 맙소사! 거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파리 반대쪽에 있다고 한다.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으니 택시로 막히지 않으면 잘하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한다. 온몸에 땀이 배어 나오는 것 같다. 이를 어쩌지?
나는 무거운 트렁크를 들고 뛰었다. 건물밖 택시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거기에는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스무 명 정도가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맨 뒤에서 택시에 다가가 오를리에 가자고 소리치니 맨 앞으로 오라고 한다. 맨 앞 택시 앞으로. 중동 사람 같은 택시 기사가 머리가 잘 돌아간다. 어떻게 하고 내가 주저하자 자기가 예약한 손님 태운다고 말할 거란다. 에라 모르겠다. 다시 무거운 트렁크를 들고 앞으로 뛰었다. 당연히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뭐라고 야유한다. 나는 모르는 척하고 택시에 올라탔다. 변명을 기사가 얼렁뚱땅 예약 손님 태운다고 한 모양이다. 내가 불어를 모르니 모를 수밖에, 하지만 상황은 그랬다. 얼마 걸리나, 출발시각이 이런데 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해보겠다고 했다. 이 택시는 그야말로 총알같이 달렸다.
우리나라만 서울에 국제공항이 단 하나 있었지만, 외국 대도시에는 국제공항이 복수로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 후로는 어딜 가나 공항이 몇 개 있나 를 먼저 확인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여행자용 트렁크에 바퀴가 달린 것이 없었다. 무거운 것을 질질 끌던가 들고 다녀야 했던 시절이다. 두 달 동안 출장 다니는 짐이면 얼마나 무거웠겠는가? 출장 다니는 동안 갈아 입을 옷, 서류와 본사에서 받은 텔렉스 원본이 한 보따리인데 거기에 집에서 준비해준 볶은 고추장과 같은 특별비상 부식 등등.. 굉장히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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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직원에게 다른 공항이라는 얘기 들으셨을땐
답글삭제정말 당황스러우셨겠어요
총알택시를 타셨다니 그래도 제 시간에 도착은 하셨나봐요~ :D
정말 재미있는 경험담이세요~
답글삭제팁을 많이 주셨겠는데요 ^^;
정말 당황스러웠겠습니다.
답글삭제지금은 샤를드골 공항이 터미널이 여러개 생기면서 두역으로 나뉘었는데
제 친구가 다른 터미널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고 하더군요.ㅎㅎ
언어가 사람을 때론 바보로 만들기도 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참 그렇죠???
답글삭제한국에 영어교사로 와있는 아일랜드친구가 한국말을 배우고 있는 중에 제가 한국말을 잠시 가르쳐줬는 데 수업할 때 제 말을 못알아들으면서 제게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사실 요즘 난 내가 바보같아... 자꾸만 사람들 사이에서 작아지고 있는 느낌이야...
저도 그런 감정 느낀 적이 있어서 무슨말인지 금방 알아들었죠...
정말 좌충우돌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는 이야기들이 많네요.
답글삭제그런데 읽는 사람은 재미있습니다.^^;
@NOFX - 2009/05/13 20:45
답글삭제혼자 배우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OTL
@nixxa - 2009/05/14 09:44
답글삭제ㅎㅎ땀을 박아지로 흘렸답니다.
@소나기 - 2009/05/14 10:57
답글삭제지금도 샤를드골 공항의 A.B 터미널을 혼돈할 때가 있지요.
@홍천댁이윤영 - 2009/05/14 11:46
답글삭제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어에 약한 이유가 있지요. 사면이 바다 아니면 DMZ로 둘러싸여 비행기 아니면 밖으로 나갈 수 없었지요. 옛날에는 해외여행 억제로 해외로 나가는 것이 무슨 특권처럼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답니다. 이젠 기회가 많으니 열심히 공부해서 외국어 한 두 개는 유창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나라의 경쟁력이 되는 거지요. 오늘도 행복하게 지내고 계시지요?
@꿈사냥꾼 - 2009/07/04 00:08
답글삭제그럼 됐습니다. 실수담을 읽고 이런 바보같은 실수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