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장 개설은 지연되고
이 사람이 나한테 하는 말이 자기는 시내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왔으니, 대리점 선정 작업 등 통상적인 일은 자기를 개의치 말고 각자 일을 하자고 말했지만, 실제 이 사람이 하는 행동은 나를 여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이전에 대리점 후보로 올랐던 사람은 완전히 탈락했고, 새로운 중국계 사업가와 연결이 되어 대리점 자격 심사 작업이 시작되었다. 중국계로 중국인 삼세다. 생긴 외모는 동양적인 면이 있지만, 전혀 중국에 가보지도 않았고, 더구나 중국어는 전혀 모르는 페루 사람이었다. 일본제 야마하 등 전자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욤피안이라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사업가였다.
욤피안. 초도 오더를 포니 350대 주문하기로 하고 본사의 승인을 얻어 용피안에게 조건부 대리점권을 부여하는 가계약서를 작성 서명했다. 물론 어떤 시한을 주고 약속을 이행치 않을 경우 현대자동차는 욤피안에 부여한 임시 대리점권을 취소한다는 조항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제 대리점으로 지정되었으니 가계약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욤피안은 포니 350대에 대해 주문을 해야 한다. 주문은 곧 신용장(L/C) 남아있는 신용거래 한도를 봐서 개설을 해주기고도 하고 거부하기도 한다. 한 곳에서 안되면 다른 은행으로 가서 개설 신청을 하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욤피안이 최적임자라고 본사에 보고하고, 대리점 지정 허가를 받아 임시계약이 체결되었으면 바로 L/C를 본사 손에 쥐어 줘야 한다. 그런데 욤피안의 개설 약속 날짜가 차일피일 연기되어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매일 아침 호텔을 나와 대리점이 빌려준 차를 몰고 대리점에 도착하면 대리점 사무실을 점령한다. 마치 떼인 돈 받아준다는 용역회사 직원 같다. 우리 출장자들은 개설한 L/C 원본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논다. 사실 이게 할 일은 아니지만, 본사의 성화는 불 같다. 나도 사정이 이렇게 된 마당에 능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욱 열을 올리게 만들었다. "언제 열리느냐?" "오늘은 틀림 없이 열린다." 되지도 안는 약속을 밥먹듯 되풀이 한다. 본사에서 들어온 텔렉스 내용은 현지에서 뭐하고 자빠졌느냐 하는 식이다. 기분은 정말 더럽다. 아침 부터 밥맛이 없어진다.
한편, Y 부장은 대리점이 지정되자 한 수 더 뜬다. 전임 부장은 대리점을 완전히 접수하여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휘젓고 다닌다. 버스 프로젝트라고 하지만 리마 시 정부가 재정이 약하니 자금 동원력이 없다. 누군가 금융을 제공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리마시에 버스를 공급하고 싶으면 금융도 제공하라는 조건이다. 누가 현물을 외상을 줘가면서 빚보증까지 서라는 것인가? 되지도 않을 일을 벌이고 있었다. 미리 말해 두는데 그 버스 딜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한대도 페루에 팔지 못하고 말았다.
to be corrected and revised
여기나 저기나...에허~
답글삭제페루정부가 내건 조건이 그랬나요? 정말 어이없었겠습니다.
@nixxa - 2009/07/02 00:44
답글삭제개도국에 물건 팔다보면 그런 결제조건이... 기가막혀
사업의 현장을 고스란히 앉아서 맛보는 느낌입니다 ^^*
답글삭제@세담 - 2009/07/02 06:27
답글삭제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제가 의도하는 것은 뭘 잘한 것 보다는 초기에 실수한 이야기 어처구니 없는 그런 것만 더듬어 볼려고 합니다.ㅎㅎ
trackback from: 홍천댁에게 갖는 편견 3가지 - 편견타파릴레이
답글삭제20대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홍천댁을 바라보는 편견이 3가지가 있어요... 첫째, 그 사람 마음은 뭐야??? 얘기해줘봐... 둘째, 영어 잘하는 방법좀 알려줘... 셋째, 매일 맛있는 고기만 먹겠
애효 저도 사업하다가 두번 실폐를 맛본이후
답글삭제사업에 손을 못대고 있는데
예전생각이 나네요 ㅠㅠ
@작은소망 - 2009/07/02 18:59
답글삭제아, 그러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