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행에 당했던 에어터불런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페루 리마로 돌아가기 위해 야간 비행기를 탔다.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 사람들은 심야 비행을 레드-아이-풀라이트 라고 한다. 밤새 잠을 잘 못자고 아침에 눈이 빨개진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아르헨티나 내륙지방의 포도생산으로 유명한 멘도사 지역 상공을 지날 때쯤 승무원들은 음식을 날아다 주고 마실 것을 주문받고 있었다. 스튜어디스가 트레이를 걷어 간 다음 마실 것을 갖다 주었다. 저녁 식사 후 스카치위스키를 주문했다. 지금 같으면 맛있는 포도주를 시켰겠지만, 그땐 야간 비행이니 위스키 한잔 마시고 푹 잠들고 싶었다. 나와 동행했던 대리와 위스키 한 잔을 마시며 출장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비행기가 우르릉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아래로 뚝 떨어진다. 금방 먹은 음식을 토할 것 같다. 아이쿠 이제 죽었다! 손에 들고 있던 위스키는 바지에 쏟아졌다. 이어 비행기는 롤러코스터같이 위로 치솟아 올라가다 떨어지다 치솟아 오르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다. 마치 종이비행기 같이 방향을 잃고 위아래로 요동친다. 안데스산맥 위를 비행하던 우리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 어느 높은 산에 부딪혀 추락할 것 같은 공포에 모든 승객은 물에 빠진 사람같이 허우적대며 소리를 지른다. 끄~윽!
쥐고 있던 위스키 잔은 언제 놓쳤는지 바닥에서 뒹굴고 있다. 비행기가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같으면 의자의 양쪽 팔걸이를 잡아당겨 올린다. 떨어지지 말라고 무의식적으로 당기는 것이지만, 그게 어디 될 말인가? 안데스 산맥은 남미를 동서로 가르는 아주 긴 산맥이다. 높이는 6,000미터나 되는 산도 있고 보통 4-5,000미터나 되는 산들이다. 비행기가 에어포켓에 빠져 심하게 고도가 떨어지면 산에 부딪힐 수도 있다. 워낙 산이 높기 때문에 그리고 에어 포켓에 빠지면 비행기는 수백 미터 떨어진다고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기장이 콘트롤을 잃어버려도 비행기는 안데스산맥 어디엔가 만년설 속에 파묻히면 찾기도 어려울 일이다. 언젠가 이런 상황설정으로 된 영화를 본 일이 생각났다. 공포는 극에 달했다.
이러기를 몇 분 동안 계속하는데 기장이 승객 중 의사가 있으면 도움을 청한다는 기내 어나운스멘트가 있었다. 승객 중 노인 한 분이 기절을 해서 깨어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잠시 후에 비행기는 다시 안정을 찾았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조용한 비행을 계속했다. 두 시간쯤 후에 우리가 탄 비행기는 안데스 산맥을 넘어 칠레 산티아고 공항에 착륙했다. 앰불란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기장은 페루 리마까지 가는 승객중 계속 비행하고 싶지 않은 사람한테는 호텔비를 항공사가 부담한다면서 신청하라고 했다. 우연이겠지만 이번에도 항공사는 미국항공사 브라니프였다. 도착지연과 연발을 밥 먹듯 하여 고객의 불만이 최고로 달렸던 브라니프는 결국 1982년엔가 파산하고 말았다. 기내 승무원들의 서비스도 고객에 대한 나몰라라식이었고 경영도 엉망이었지만 운도 없었던 것 같다.
드디어 우리는 칠레 싼티아고 공항에 착륙하였다. 트랩을 타고 비행기에서 내려 드디어 땅을 밟았다. 우리가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하다는 것을 이전에는 몰랐다. 공포의 고공에서 같이 타고온 승객들은 모르는 사람이지만 서로 껴안아주며 살아남은 것을 축하해 주었다. 나와 동행한 직원은 다음날 대리점과의 약속이 있어 계속해서 리마에 가야했지만, 막상 비행기에 타고 이륙할 때 느끼는 기분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수년 동안 터뷸런스 공포증에 걸려 고생했다. 비행 중 기체가 조금만 흔들려도 경기가 일어나는 것 같아 머리가 쭈뼛 서곤 했기 때문이다.
to be revised and corrected
와.. 저거 당하면 정말 간이 콩알만해진다고 하던데 고생하셨겠습니다.
답글삭제비행기의 요동보다 기내의 그 끔찍한 비명과 상황들이 정말 힘들것 같네요.
@소나기 - 2009/07/08 20:01
답글삭제아비규환이라고 하지요? 이런 게 그런거 같습니다.
정말 시겁하셨군요ㅋㅋ
답글삭제저는 청룡열차나 바이킹 같은 놀이기구는 잘못타는데...
무사히 살아돌아오셔서 저희 블로그도 방문해 주시고 정말 다행입니다.ㅎㅎ
요즘은 괜찮으시죠.^^
@에어포스 - 2009/07/08 23:10
답글삭제요즘은 지난 30년 넘게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요즘은 웬만 한건 괜찮답니다. ㅎㅎ
저도 캐나다에서 본국으로 귀임도중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캐년행 경비행기에 탓다가 일가족 그냥 가는 줄 알았습니다. 격어보지 않은 분은 그때의 심정 잘 모르시겠지만 이해가고 남습니다.이제 모두 오래오래 잘 살일만 남은것 같군요.
답글삭제몇일전에 공포체험기를 봤는데 출장을 많이 다니시다보니 이런 안좋은 경험도 많으시군요..
답글삭제아무리 익숙해졌다해도 이런 공포는...
저는 비행기 창으로 바다가 보이면 그렇게 무섭다는..^^
에휴 저는 비행기 타기전부터 울렁증이.....
답글삭제이륙하고 나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걸리고 비행기 타면 편하게 못있겠더라구요.
수없이 비행기로 날아 다니셨을텐데 대단하십니다.
@미리누리는천국 - 2009/07/09 00:03
답글삭제겁이 좀 많으신 편인가 보군요.
@꿈사냥꾼 - 2009/07/09 00:29
답글삭제오래 타니까 그것도 숙달이되는 모양이더군요. 그건 그렇고 요즘은 왜 새 '등산 가는길'을 안 올리시나요? 기다려지는데..
@디와이 - 2009/07/08 23:52
답글삭제경비행기는 탈 것이 못됩디다. 나는 요즘 얼마전에 마누라하고 본 영화인데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Bucket List)을 열거해놓고 한가지 한가지 해나가면 그러다 죽은 게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오래 살면 뭐해요.
@Mark - 2009/07/09 00:44
답글삭제지난주말 부터 일이 바빠져서 컴퓨터 앞에만 붙어 있어요.산행 계획은 오대산, 두타산, 설악산, 이렇게 되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몇 해 전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경험했던 에어 터뷸런스가 떠오릅니다. ‘설마 이 정도 비행기가 어떻게 되겠어’라고 내심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지난 삶을 뉘우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답글삭제@ibrik - 2009/07/09 01:20
답글삭제많은 분들이 이런 엄청남 경험을 하는 것 같아요. 최신의 항법 기술과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흐미 고생하셨습니다.
답글삭제저는 비행기는 타본적이 없지만
저도 담력이라면 꽤 있는놈인데 이런일을 겪고나면
정말로 땅을 밟고 있다는것이 행복할거 같습니다.
@작은소망 - 2009/07/09 09:43
답글삭제그런 위기상황 겪어보지 않고는 땅밟는다는 게 어떤건지 실감하기 힘들겁니다.
@꿈사냥꾼 - 2009/07/09 00:29
답글삭제장마철 산행 조심하시고, 새로운 <등산 가는 길> 안내 기다리겠습니다.
여러번 힘든 일 겪으셨네요... 전 다행히 몇번 타본 비행기여행에서 별 고생없이 ㅋㅋㅋ 작년인가 제주도에 놀러갈 때 요금이 저렴한 경비행기를 타고 갔었는데요 쫌 걱정이 되더라구요... 혹 무슨 일 생기면 어쩌지???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요... 아무일 없이 잘 다녀와서는 괜찮다싶어 담부터는 종종 이용해야지^^ 했어요...
답글삭제@홍천댁이윤영 - 2009/07/10 13:17
답글삭제그래도 비행기가 제일 안전하답니다. 여행 많이 하세요.
그래서 저는 비행기 탈 때에만 구름 싫어합니다. 특히 기내 화장실에서 문 딱 닫았는데 터뷸런스 만나면 대략난감이죠.
답글삭제@PleasantPD - 2009/07/14 16:47
답글삭제허걱, 그런 경우 같으면 추락하는 것 다음으로 황할 것 같네요. 바지에 ㅋㅋ
저도 몇해전 난기류만나서 바이킹 타는듯한 느낌을 받고선 큰 충격을 받았는지 비행기가 조금만 흔들려고 식은땀흘리고 알코올에 의존하고 주변사람들 다 걱정하게 만들고.. ^^;; 저때문에 신랑도 덩달아 무서워하길래 다시는 티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담달에 장시간 비행을 또 해야하는데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 해야할지 걱정이네요. 님처럼 심한 에어터뷸런스 만나도 그냥 유후~ 하면서 웃으며 견딜까요? ㅎㅎ 휴 기절이나 안하면 다행일겁니다. 제가 겪는 공포증상은 비행기가 흔들리다 확 추락하면 어쩌나..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제일 커요. 평소 항상사고 블랙박스 뭐 요런 프로그램 즐겨본것이 마음의 병이됐나봅니다. 그나저나 님처럼 심한 경우 안만나고 무난하고 즐겁게 비행했음 좋겠어요..
답글삭제@grace - 2009/08/13 12:00
답글삭제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비행기가 자동차보다 안전 하다고 하잖아요. 자주 타ㅔ요. 사랑하는 남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