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0일 수요일

Once upon a time 22 <그리스 출국 전날 밤>

그리스 출국 전날 밤

아테네에서 삼일째 머물고 내일 오후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나를 공항에 마중 나왔고 사장과의 회의에서 통역을 맡았던 필립은 저녁에 내일 떠나기 때문에 아테네의 밤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호기심도 있고 사실 이곳에 와 호텔과 대리점 그리고 완성차 하역 부두 사이를 오갔기때문에 솔직하게 말하면 관광하고 싶은 생각도 마음에 있었다. 다만, 체면상 그런 마음을 대리점 직원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날 초저녁 아테네 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파르테논 신전을 올라가 보았다. 기원전 석조 건물의 잔재, 아직도 우람한 기둥이 서 있는 신전은 당시 어떻게 저런 대형 건물을 건축할 수 있었는지 궁금중만 잔뜩 안고 주마간산으로 드르륵 훑어보고 내려왔다
. 필립은 시내 재래시장 같은 곳에 있는 어느 식당에 나를 안내했다. 식당 안에 가득한 손님들은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한쪽에서는 접시를 깨트리는 놀이도 한다. 손님들이 돈을 주고 산 접시를 벽에 힘껏 던진다. 스트레스 푸는 데는 좋은 것 같았다. 음식마다 올리브 오일이 안 들어간 게 없을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이 친구는 다른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좀 늦은 밤이었다. 그 친구를 따라 차에 타고 한참 가더니 어떤 하얀 벽의 건물 안으로 나를 안내했다. 안에는 넓은 홀이 있고 조명은 어두워 옆 사람 얼굴이 잘 안 보일 정도였다. 두세 명의 남자들은  홀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하라는 대로 의자에 몸을 던져 깊게 앉았다. 물론 필립도 내 옆 의자에 같이 앉았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사람들이 앉아있는 정면의 방 문이 열리더니 하얀 비키니를 입은 여자가 커다란 젖가슴과 엉덩이를 흔들며 남자들 앞을 지나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필립이 나한테 마음에 들면 따라 들어가라고 했다. 창녀 집에 나를 끌고 온 것이다. 객고를 풀라고 배려한 것 같은데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나보다 먼저 출장 왔던 사람들한테 이렇게 접대했는지는 모르지만 난 몹시 기분이 상했다. 나는 바로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그 친구의 설명은 그 집에 여자가 몇이 있는데 방마다 침대가 있고, 일이 끝나면 간단히 씻고 계속 다음 손님을 맞는다고 했다. 이런 접대는 있을 수 없다. 대리점 사장이 이렇게 접대하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기하고 있는 남자들 앞을 지나가면서 자기 몸을 보여줘 마음에 들면 따라오라는 손가락을 당기며 제스쳐를 한다. 에지간 해서는 그런 여자와 살을 대겠다는 생각은 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찾아가는 남자들이 있으니 식성도 가지가지다. 이건 여자도 마찬가지다. 본이이 좋아서 하는 건지 아니면 성노예인지 모르겠다.

댓글 2개:

  1. 서로가 불편한 자리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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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미리누리는천국 - 2009/05/20 09:17
    하라는 대로 했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람 우습게 보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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